무등일보

흙수저 청춘들 "가난 받고 코인 더블로!"

입력 2021.06.23. 13:53 수정 2021.06.23. 18:50 댓글 3개
[청년소멸보고서②]
무등일보·광주로 공동 심층기획 두번째 - 그가 코인을 한 이유
부모 세대·금수저는 '부동산' 투자…급등
계층 상승 '유일 사다리'…“희망 생겼다”
월급은 그대론데 부동산·주식 천장 뚫어
청년에 역진세 무는 인플레이션에 절망


"부동산 투자하려고 코인 시작했어요. 종잣돈 마련하려고요. 정말 잘 사는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자신 명의로 집 한 채씩 사줬고 나름 잘 사는 애들은 대출받아서 부동산 투자에 들어갔죠." 사회초년생 박재환씨(27·가명)씨는 가상화폐 투자에 한창이다.

◆ "부동산 투자 종잣돈 마련"…흙수저 탈출 유일한 '희망구'

그가 처음부터 가상화폐에 관심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을 부모에게 지원도, 물려받을 재산도 하나 없는 '흙수저'라고 표현한 박씨는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보고 부동산 투자만이 가난을 탈출할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또 기성세대가 그렇게 자산을 불려왔던 터라 믿음은 확고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물류업)이 정말 고단하거든요. 빨리 탈출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고 그 와중에 부동산은 급등하니깐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고…."

처음에는 도박하는 마음으로 300만원 정도로 시작했지만 수익이 발생하자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에 뛰어들었다. 적잖은 수익을 올리던 주식도 전부 뺐다. 이어 대출까지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처음엔 흙수저를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실제 지난 4월까지 수익률이 40%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승장이 끝나고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수익률이 최근 -70%까지 됐다. 가진 돈은 없고 빚까지 떠안게 됐다.

박씨는 "친한 친구는 부모가 5천만원 줘서 투자했다가 고점에서 물렸는데 어차피 걔 부모가 잘 살아서 인생에 별 타격이 되지 않을 거란 사실이 너무 부러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산 없는 청년들, 가상화폐로 대거 몰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공개한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1월~3월) 신규 가입자는 249만5천289명이다. 20대와 30대 비중이 각각 32.7%(81만6천039명), 30.8%(76만8천775명)이었다.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인 셈이다. 그에 반해 40대와 50대 비중은 각각 19.1%(47만5천649명), 8.8%(21만9천665명)이었다.

지난달 말 알바천국은 전국 대학생 1천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명 중 1명(23.6%)은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가상화폐 투자에 나서게 된 이유로 '비교적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한 점(25.2%·복수응답)'을 꼽았다.

비교적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는 투자 시장이어서 충분한 자산을 갖추지 못한 2030세대들이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부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산 뻥튀기가 가능한 유일한 '수단'으로서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 치솟는 자산가치에 무너진 '계층 이동 사다리'

부모의 부가 자녀 세대로 이전하는 '부의 대물림' 과 '경제적 계급 고착화' 속에서 가상화폐 투자는 청년들에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계층 이동 사다리'로 인식됐다.

그러다 보니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정부는 2030세대들에게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차는 이기적인 부모세대로 비춰진다. 실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떨어지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러한 데는 청년층의 노동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데 기인한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기조와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인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자산을 갖지 못한 청년들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데 치솟는 자산 가격을 보며 청년들은 좌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 폭등한 자산·인플레이션에 청년들 실질 소득 줄어

직장인 김모씨(28)씨는 "기성세대들은 한 때 연이율 20~30% 적금이라는 게 있었고, 또 지금까지도 부동산으로 재테크하면서 자산을 불려오지 않았느냐"면서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 없는 우리들 월급은 그대론데 소득·자산이 적을수록 세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는 역진적 상황까지 겹쳐 오히려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불쌍한 세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정치인, 기득권층이 인플레이션을 두둔하는 게 그들 자산이 올라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아마 그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플레이션 상황을 절대 해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시작된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자산가치를 끌어 올렸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무한 양적완화'는 부동산과 주식 등 모든 자산이 폭등하는 결과로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자 월급 총액 평균은 2015년 299만1천원에서 2020년 352만7천원으로 연평균 3.4% 상승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가격(4월 기준·㎡당)은 2015년 602만원에서 2021년 1천372만원으로 연평균 14.72% 올랐다. 같은 기간 광주는 228만원에서 318만원으로 연평균 5.7% 상승했다. 노동자 임금이 오르는 것보다 아파트 오르는 속도가 몇배가 더 빨랐다. 청년들이 직장에서 돈을 벌어도 집을 살 수 없는 이유다.

주세연 광주청년드림은행 센터장은 "청년들이나 무주택자들은 더이상 월급을 모아서 집 사는 것은 어렵다.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한 타개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시대에는 자산 증식할 기회가 많았지만 지금은 (계층 상승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는 사회"라면서 "자산 자체를 가지지 못한 청년들에겐 기회조차 올 수가 없어 장벽이 낮은 코인과 주식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 센터장은 "어른들은 부동산으로 자산 증식을 해오고 현재 진행형인데 반해 코인은 반토막 났으니 청년들의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청년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안정적으로 보장받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고 과감한 정책을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이예지·임장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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