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금타 위기인데···이전 놓고 광주-함평 '줄다리기'

입력 2021.06.23. 17:21 수정 2021.06.23. 19:22 댓글 18개
몇 안 남은 향토기업 금호타이어 ‘생존 기로’
지자체·정치권 여론 역풍 우려에 ‘보신주의’
“투자 더 늦어지면 업계서 도태…서둘러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전경.

향토기업 금호타이어가 '정치 리스크'에 발목 잡혀 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전기·수소자동차로의 전환기를 맞아 광주공장 이전을 통한 최첨단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광주시와 함평군이 지자체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어 이전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생산 경쟁력에 뒤처지면 기업 피해뿐만 아니라 결국 고용악화 등으로 지역민의 피해로 돌아가는 만큼 지자체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광주시와 금호타이어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공장을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땅이 광주 내에 없기 때문이다. 있다고 하더라도 부지 조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전이 시급한 금호타이어가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는 빛그린산단 2단계 부지 내 이전을 제안했다. 빛그린산단은 광주시와 전남도 공동 산업단지로 광산구와 함평군에 걸쳐 있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있어 충분한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광주시로서도 현실적으로 완전한 관내 이전이 어려운 만큼 빛그린산단 이전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삼호 광산구청장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전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관외 이전에 따른 여론 악화다. 광주 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유력 향토기업이 외부로 빠져나갈 경우 지역민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을 뿐더러 지방세 등 세수 감소도 예상된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가 광주시와 광산구에 내는 지방세 등 세금은 한해 2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가 매 분기 적자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로 인한 이전 반대는 명분이 약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함평군에 금호타이어를 내주는 대신 함평군에 일부 포함돼 있는 빛그린산단 내 GGM부지를 광주시에 편입해달라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함평군은 단호히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광주시가 울며 겨자 먹기로 금호타이어를 빛그린산단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린 탓이다. 가만히 있어도 오는 기업에 보상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같은 함평군의 입장 때문에 광주시는 적극적으로 금호타이어의 빛그린산단 이전을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광주시 투자유치과장은 "광주시가 함평으로 금호타이어를 보내는 대신 함평도 GGM을 양보해주면 명분도 되고 윈윈(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전략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첨단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할지도 모르는 낡은 광주공장에 비용을 쏟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빠른 산업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최첨단 신규 설비 구축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전이 지지부진해)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되면 결국 그 피해는 금호타이어 구성원과 협력업체, 지역민의 피해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광주공장 생산실적은 2017년 1천167만여개에서 지난해 924만개로 줄어들었고 인력 규모(협력업체 직원 포함)도 2천579명에서 2천325명으로 줄어들었다.

막힌 투자는 해외로 돌아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10일 베트남 공장 증설에 3천39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한 데 이어 4월25일에는 미국 조지아 공장 증설 계획(250억원 규모)을 발표했다. 시간이 늦춰질수록 국내 공장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광주시와 함평군에만 맡겨둘 것만 아니라 국회의원 등 지역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광주시의 조속한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여론 악화 우려로 이전이 지지부진하다면 정치권이 나서 물꼬를 터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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