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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정성에 대한 경제학
입력 2021.06.22. 11:00 수정 2021.06.22. 19:29 댓글 0개최근 공정성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좋은 일자리, 자원의 배분 등 경제 영역에서의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경제학에서의 사람들은 공정성에 신경을 쓸까? 경제학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경제학이 다소 불편했던 사람들은 경제적 인간이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종이라 생각할 것이다. 이기적 물질적 부(wealth)의 추구와 타인의 요구보다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경제적 인간은 고용자일 때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임금으로 채용하려 하고, 판매자일 때는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청구한다. 생산자로서는 다른 시민들에게 비용(오염과 같은 좋지 않은 외부효과 부과)을 치르면서까지 이익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경제적 인간은 우리에게 본질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왜 아담스미스 이후 경제적 패러다임의 기초가 되었을까? 최근 출간된 대론 애쓰모글루, 데이비드 라비손, 존 리스트의 경제학원론에서는 경제적 인간이 인간 행동을 관통하는 일관된 구조를 제공하는데 훌륭한 역할을 해 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난 몇십 년 동안 몇몇 경제학자들은 하나의 대안으로 자기 자신의 부만을 증진시키는 결정을 항상 하지 않는 경제주체를 생각해왔다. 최후통첩 게임이론을 통해 더욱더 '인간적인' 경제주체는 타인과 자기 행동의 공정성에 신경을 쓴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상대가 있어 전략적 상황에 따라 보수(또는 이윤)가 결정되는 게임이론 중 하나인 최후통첩 게임은 돈을 주고 나누어 갖게 하되, 처음 제안한 금액을 거절할 경우 아무도 돈을 가져갈 수 없는 규칙을 갖고 있다. 이럴 경우 처음 제안을 하는 사람이 90%이상을 가진다 제안하여도 10%를 받게 되는 사람은 그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경제적 인간이다.
제안을 거절하여 돈을 전혀 못받는 것보다 10%라도 받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결과에서 사람들은 주어진 돈의 약 40%를 상대방 몫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여 공정성에 가치를 매긴다. 한편 응답자들은 제안의 약 16%를 거절한 것으로 나타나 공정성을 집행할 때(거절)에는 비용을 따져서 어느 정도까지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이 낮을 때에는 불공정한 제안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하지만 비싸다면 기꺼이 처벌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공정성에 대한 또 다른 경제학적 논의로, 합리적이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경제적 인간이 아니며 합리성이 제한되어 있다고 본다. 600명 정도의 사망자 발생이 예측되는 특수 질병 대응 프로그램으로 200명의 사람들이 살게 되는 프로그램A와 2/3의 확률로 600명의 사람들이 죽게 되는 프로그램B 중에 무엇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은 프로그램A를 선택하였다.
합리적 사고를 한다면 프로그램A와 B의 결과는 똑같지만 프로그램A는 이득으로 프로그램B는 손실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A를 선택한다. 합리성이 제한된 행동경제학에서는 최후통첩 게임과 다르게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는 실험으로 사람들의 공정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실험자들에게 20달러를 주고 자신은 18달러를 챙기고 모르는 사람에게 2달러를 나눠주는 방법과 10달러씩 나누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결과 76%가 공평한 분배를 선택하였다.
사회·경제의 여러 정책에 대한 수용성에 있어 사람들은 공정성에 대한 감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버스·가스·전기 등 생활관련 요금이나 아파트 분양가, 휴가철 여행지 물가, 각종 제품의 요금 정책에 대한 수용 여부도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명백히 작용한다. 요금이 최후통첩게임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공급주체가 공공일 경우 엄격한 공정성의 기준을 들이대지만 절대적 기준은 없다.
최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불평등, 일자리를 포함한 소득 불평등, 지역 간 사회·문화적 불평등, 교육 격차 등의 이슈로 인해 청년들이 공정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이슈화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얼마나 원하는지 물어 결정한다면 각자 다른 공정성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합리성을 더욱 제약하게 되어 효율성도 공정성도 증가시키지 못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때 효율성과 공정성이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숙론과 논의 장이 필요하며 중앙보다는 지역에서 더 잘 풀어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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