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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시신' 잔혹한 친구들···겉으론 평범한 음대 학생

입력 2021.06.22. 07:02 댓글 1개
경찰, 피의자들 검찰에 보복살인 등 혐의 송치
'상해죄' 고소당한 후 무섭도록 용의주도해져
동창 동원해 동선 파악하고 외부 접촉 차단해
가족들 가출 신고했지만 경찰까지 속아넘겨
전과 없는 평범한 20세 대학생들이 가혹범죄
[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21.06.15. mina@newsis.com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발견된 나체시신,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피의자 2명은 20세 대학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과 영리약취죄·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 혐의를 받는 안모(20)씨와 김모(20·이상 구속)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한다. 또 이들 범행에 도움을 준 것으로 조사된 피해자 박모(20)씨의 동창생 A씨도 영리약취 방조혐의로 함께 불구속 송치한다.

대학생인 안씨와 김씨는 당초 박씨를 괴롭히긴 했지만 그나마 자유롭게 서울과 대구를 왕래할 수 있게 하는 등 범죄의 고삐를 본격적으로 조여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씨가 이들을 '상해죄'로 고소하자 무섭도록 용의주도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박씨는 이들의 영향 하에 있던 지난해 11월 초겨울께 반팔을 입고 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쳐 마시다가 점주의 신고로 서초 양재경찰서에 임의동행하게 됐다.

양재서에서는 박씨가 멍투성이인 것을 보고 폭행을 의심, 인계를 요구하는 안씨와 김씨의 요구를 거절하고 부친에게 박씨를 보냈다. 곧이어 부친은 안씨와 김씨를 상대로 상해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박씨는 갈비뼈에 금이 가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에 앙심을 품은 안씨와 김씨는 약 5개월 후 치밀한 계획 끝에 박씨를 서울로 데려온다. 이 때부터 박씨는 헤어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과 같이 이들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었고 심각한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결국 사망하게 된다.

경찰 조사에서는 이들이 용의주도하게 움직인 정황이 잘 나타난다. 안씨와 김씨는 박씨의 고등학교 동창생인 A씨를 동원해 박씨의 동선을 파악, 박씨를 대구까지 직접 찾아가 "빚을 갚으라"고 협박해 서울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박씨가 감금이나 폭행을 당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자신들의 계획 실행을 위해, 그리고 혹시나 모를 변수 제거를 위해 목적은 알리지 않은 채 '조력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안씨와 김씨는 박씨에게 감시의 눈을 떼지 않았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임금 갈취를 위해 일을 내보낼 때도 함께 동행했다. 또 수차례의 이사 시에도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없도록 차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한 차례의 상해죄 고소와 두 차례에 걸친 가출신고를 했지만 이들의 행각은 경찰도 속일 정도였다.

이들은 박씨로 하여금 상해죄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허위의 고소 취소 의사를 밝히게 했다. 또 가출 담당 경찰이 전화를 했을 땐 "안씨와 김씨 말고 다른 사람과 잘 있다"고 대답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협박을 위해 다수의 가혹한 영상을 촬영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한 박씨는 안씨의 신고로 경찰에 발견됐는데, 만일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안씨 등은 전과도 없으며 갓 소년티를 벗은 20세 대학생들이라고 한다. 안씨는 모 대학 실용음악학과에 다녔고, 마지막으로 이들이 거주했던 연남동 오피스텔은 안씨의 부모가 음악 작업실로 쓰라며 얻어준 것이라고 한다.

이들의 가혹행위로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에 시달리던 박씨는 34㎏에 불과한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 품에 돌아가게 됐다.

서울경찰청은 박씨가 죽기 전 이들의 상해 혐의를 불송치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대해 수사 감찰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수사관에 징계 등 조치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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