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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붕괴참사' 수사, 재개발사업 전반 겨냥

입력 2021.06.20. 10:42 댓글 21개
불법 하청사 '속도전' 철거, 참사로…최종원인 규명만 남아
정비구역 내 철거 공정 '다단계 하도급' 만연화…본격 수사
'업체 선정 개입' 조합, 정·관계 유착 의혹까지 전방위 확대
'총체적 감독 부실' 감리 구속영장, '뒷짐' 공무원 입건 검토
[광주=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사고와 관련, 붕괴 건축물이 무너져 도로로 쏟아지기 직전 철거 모습. 철거물 뒤편에 쌓아올린 건축잔재물 위에 굴삭기를 올려 일시 철거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1.06.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둘러싼 경찰 수사가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의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철거의 이면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 '나눠먹기'식 업체 선정, 부실 허가·감독 소홀과 지역 정·관계 유착 의혹 등이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경찰이 관련 의혹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 지 눈길이 쏠린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구역 철거 건축물 버스 덮침 사고와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법원 영장실질심사법정에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나오고 있다. 2021.06.17. hgryu77@newsis.com

◇ 붕괴 원인 규명 집중…굴삭기 기사 등 2명 구속

20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철거물 붕괴 참사는 불법 철거 하청사가 허가 받은 계획서상 작업 절차를 어기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불법 하청사로서 철거를 도맡은 백솔은 5층부터 아래로 해체해야 하는 작업 절차를 어긴 채 1~2층을 먼저 허물었고, 굴삭기 팔이 짧아 5층 천장에 닿지 않자 건물 안 진입을 강행했다.

경찰은 붕괴 요인으로 ▲수직·수평하중을 고려치 않은 하향식 압쇄 공법 ▲작업 절차 무시(후면·저층부터 압쇄) ▲건물 지지용 쇠줄 미설치 ▲과도한 살수 ▲흙더미 유실 등을 꼽았다.

경찰은 전문기관 감정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확한 붕괴 원인을 밝혀낸다. 최종 규명까지는 두 달 안팎이 소요될 전망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7명 중 백솔 대표·굴삭기 기사 조모(47)씨,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등 2명은 구속됐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사업 4구역 5층 건물 붕괴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1.06.16. jhope@newsis.com

◇ 불법 하도급 따른 부실 철거?…수사 잰걸음

경찰은 부실 철거의 주요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전반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일반건축물(70억 원) ▲석면 (22억 원) ▲지장물(25억 원) 등으로 나뉜 철거 공정 전반에 불법 하청·재하청이 있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100억여 원 규모 철거 공사에 불법 하청사들이 구역·공정 별로 참여한 것이 아닌가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원이앤씨·한솔·백솔 등 불법 하청 연루업체, 석면 철거 면허를 무자격 업자에 빌려준 업체 등 관련자 5명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구체적인 계약 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이면 계약·추가 업체 연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한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광주경찰청이 15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뒤 압수 물품을 옮기고 있다. 2021.06.15. hgryu77@newsis.com

◇ 업체 선정 개입 의혹…조합도 수사선상에

석면·지장물 철거 용역 계약에 재개발 조합 측이 개입, 업체 선정에 청탁·금품 수수 등이 있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공정별 하청 계약 구조는▲일반건축물(재개발 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 등으로 잠정 파악됐다.

경찰은 조합이 석면·지장물 철거 공사 용역을 직접 발주한 사실과 관련해 위법성 여부, 경위, 부정 청탁 정황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학동 재개발 4구역 조합장 조모(74)씨의 선출을 도운 조직폭력배 출신 문흥식(61·전 5·18구속부상자회장)씨가 조합 고문으로 참여, 철거사 선정 과정 전반에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집중 수사한다.

경찰은 문씨를 청탁 금지 관련 법령인 변호사법 위반, 현 조합장 조씨는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했다. 다만 지난 13일 미국으로 도피한 문씨에 대해선 신병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조직폭력배 출신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 고문 문흥식씨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정·관계 유착 파문으로…무더기 입건

수사는 지역 내 또 다른 재개발 사업 관련 정·관계 유착 의혹까지 확대되고 있다. 학동 재개발 4구역 조합장인 조씨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 일가족, 동구청 건축과 공무원 등 총 10명이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조씨는 2019년 5월부터 6월 사이 가족·친인척·법인 등 타인 명의로 동구 지산1구역 재개발 예정지에 다세대 주택(원룸) 12가구를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동구청 공무원은 당초 분양권이 하나만 주어지는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변경시켜줬고, 본인도 1가구를 매입한 혐의다.

경찰은 조합장 조씨와 고문 문씨 등이 사업 인·허가 특혜를 얻고자, 전직 기초단체장·국회의원 보좌관·경찰 간부·사업가 등에게 학동3구역 내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일각선 경찰 간부 연루설·사업 유착설 등도 나오나, 당사자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 수사관들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청 사무실에서 학동 재개발4구역 철거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2021.06.18.hyein0342@newsis.com

◇감리·행정당국 책임 소재도 규명

경찰은 감리의 부실 감독, 행정당국의 총체적 관리 소홀 등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철거 현장의 안전 관리·공정 이수 여부 등을 감독해야 할 감리자는 참사 당일에도 현장을 비웠고, 감리 일지조차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층별 철거 계획과 장비 하중 계산이 빠진 부실한 해체계획서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해당 감리자는 오는 2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다.

경찰은 조례 규정(무작위 추출)과 달리 순번제 형식으로 감리 업체를 선정한 점이 석연치 않은 만큼, 불공정 또는 특혜 여부를 조사 중이다.

철거 허가 적정 여부, 안전 관리·감독 태만, '인명사고 우려' 민원 적정 처리 등도 조사해 관계 공무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할 지 검토 중이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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