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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92분 vs 검사 7분···피고인 방어권만 보장?

입력 2021.06.14. 20:06 댓글 0개
전두환 변호인 "헬기 사격은 없었다...UFO 봤다고 인정하나" 반박
재판부 "핵심만 이야기해달라" 5차례 권고에도 변론 계속
5.18단체 "재판 과정 공정하지 않아"...다음 재판은 7월5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90)씨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전씨 변호인이 1시간 30분 넘게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긴 피고인 측 변호인의 항소 이유 설명에 법정 방청석 곳곳에서 장탄식이 이어졌다.

특히 재판부가 인정신문(피고인 본인 확인·출석 의무) 없이 개정해놓고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보장해줬다. 소송 지휘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14일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연달아 불출석한 전씨의 인정신문 절차를 생략하고 개정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길게 할 수 없는 사정을 설명했다. "주심 판사(음성)가 코로나19 환자와 밀접 접촉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양측 항소 요지와 입증 계획만 밝혀달라"고 했다.

이내 이날 오후 2시 12부터 전씨 측 법률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가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신문했던 증인 8명의 진술 내용과 제출한 자료의 의미를 되짚으며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심 판결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정 변호사는 변론 중 "UFO(미확인 비행물체)를 봤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가 합리적 의심 없이 UFO 봤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헬기를 빗대는 식으로 말하며 빈축을 샀다.

검사는 구체적인 항소 이유를 말하는 것은 피고인의 중요한 권리지만, "정 변호사가 1심 최후 변론 때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이다"이라고 꼬집었다.

1심 판단이 끝난 사안인데다 추후 변론 기회가 있는데도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 변호사는 변론 중 "저보다 어린 검사에게 그런 말과 교훈을 들을 입장이 아니다"라며 화를 내며 반박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재판부의 "핵심만 이야기해달라"는 5차례 권고에도 오후 3시 45분까지 변론을 이어갔다.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이 나왔다. 항소 이유만 1시간 32분 동안 설명한 마라톤 변론이었다.

반면, 검사는 단 7분만에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5·18단체는 "재판부가 기계적 중립마저 지키지 않았다. 재판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씨에게 인정신문 절차를 밟지 않고 불출석을 허가해준 점, 결석재판 허용은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제재 규정인데도 아무런 불이익·제재 없이 재판을 전씨가 원하는 방식·내용대로 진행한 점, 재판을 짧게 해야한다고 언급했던 점 등으로 미뤄 "소송 지휘권이 적절히 행사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앞선 기일에 전씨에게 적법한 기일 공지와 함께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내지 않아 공판의 기본적 절차도 지키지 않았던 재판부가 "전씨에게 과도한 방어권을 보장해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씨와 비슷한 법정형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국민이 항소심에 불출석할 경우 같은 방식으로 재판이 열릴 수 있냐는 뜻이다.

전두환 회고록과 관련된 민·형사 소송 법률 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역사 왜곡이 문제되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보면, 전씨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는 요구가 아닌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준으로 재판을 진행해달라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 정의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7월 5일 열린다. 전씨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인정하며, 전씨가 이를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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