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9명 목숨 잃었는데, 현대산업개발 대표 처벌 못하나

입력 2021.06.14. 17:08 수정 2021.06.14. 18:31 댓글 15개
'재하도급 없다' 발뺌, 경찰 정황 포착
불법 알았다면 '방조', 몰랐어도 '부실'
처벌 어려워…"경영주 처벌 강화" 절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와 관련,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대표이사의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안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재하도급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공사 대표의 진정성 있는 사태파악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민들은 재개발 총 책임자가 공사의 기본적인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시공사 대표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현산의 권 대표는 지난 10일 광주 동구 학동 붕괴 참사와 관련 광주시 브리핑에서 "재하도급은 한솔기업을 제외하면 준 적 없고, 이외의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권 대표가 현장에서 진행되는 재하도급을 모를 정도로 지역 사업장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암묵적으로는 재하도급 정황을 인지했지만 후폭풍을 우려해 부인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어떤 지적이든 현산의 안전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안전조치 의무를 어긴 사업주나 최고경영자(CEO)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참사의 책임을 져야 할 최종 결정권자인 권 대표를 처벌할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업무상과실치사상을 적용시킬 수 있는 범위도 현장소장이나 철거업체 담당자, 작업자 등 현장 근무자 수준에서 제한될 것으로 보여 권 대표는 법적 책임에서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강은미 국회의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동4구역 사업 자체가 600여 개의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인데, 하청 기업이 단독으로 철거를 기간 내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다"며 "경찰 조사를 통해 현산의 재하도급 관여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적용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사고는 현장 근로자의 부상이 아닌 현장 안전 관리 부실로 인해 시민이 피해를 입은 것이기 때문에 적용시키기 어려워 보인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안전 사고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원청의 경영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관계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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