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입력 2021.06.13. 14:27 수정 2021.06.14. 19:30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한국사회는 1970년대 이후 고도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가난과 배고픔을 되물림하지 않으려는 국민들의 의지와 몸부림,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 주도 성장이 맞물린 결과였다.

이같은 고도성장의 이면에는 농촌과 농업의 희생과 몰락이 있었다. 자기 땅이 없어 가난한 소작농으로 살기 싫었던 농민들은 정들었던 고향 땅을 등지고 서울로 몰려들었다. 이들이 떠난 농촌은 인구가 급감했고 날이 갈수록 도시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농촌을 떠난 이들이 서울로 왔다고 해서 당장 살람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고 가방끈 짧았던 이들이 가진 기술 하나 없이 정착한 곳은 서울 노원구 등에 자리한 판자촌과 달동네였다. 이들은 이른바 '공돌이' '공순이'로 불리며 공장에서 일하며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으로 근근이 하루를 버텼다.

1975년 나온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이하 난쏘공)은 연작으로 발표된 후 78년 단행본으로 출간, 산업화 과정에서 심화된 빈부격차와 불평등, 도시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도시 빈민들의 불행과 비극을 형상화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작가는 이들을 신체적 장애를 가진 난장이로 비유해 빈곤과 풍요, 고통과 안락, 결핍과 착취로 상징되는 부조리들을 특유의 서사로 그려냈다.

지난 9일 오후 발생해 17명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46년 전 발표된 이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과 장소가 70년대 서울에서 2021년 광주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사고 원인과 무분별한 재개발, 마구잡이식 건물 해체 등 참사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건물을 중장비로 해체하는 공사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고 공사 관계자들에 팽배한 안전불감증, 재개발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탐욕은 다른 곳의 철거 현장에도 드리워져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표이다. '난쏘공의 비극'으로 불리는 대물림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이번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제2의 비극과 참사가 반복될 뿐임을 직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민석 신문제작부부장 cms20@srb.co.kr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