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부덕의 소치'

입력 2021.06.10. 18:46 수정 2021.06.10. 19:54 댓글 0개
김대우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3부 부장대우

정치인이나 법조인, 경제인 등 사회지도층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거나 휘말렸을 때 흔히 쓰는 말이 있다. 바로 '부덕(不德)의 소치(所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부덕(不德)'은 덕이 없거나 부족함, '소치(所致)'는 어떤 까닭으로 생긴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부덕의 소치는 '덕이 없거나 부족해 생긴 일'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직접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스스로가 덕이 없음을 반성하고자 할 때 쓰인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들거나 홍수 등의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임금이 자신의 덕 없음을 반성하며 '(과인이)부덕한 소치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예다.

하지만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부덕의 소치'가 사뭇 다른 의미로 곡해되고 있다.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판 최후진술에서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했다.

사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대법관도 각각 검찰에 출석하거나 퇴임을 하면서 '부덕의 소치'를 말했다. 이들 외에도 음주운전, 도박 등에 연루된 스포츠스타나 인기연예인들도 자신의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부덕의 소치'를 곧잘 소환한다. 이들이 오남용하는 '부덕의 소치'는 오만한 변명의 언어로 들린다. 사회적 파장 때문에 마지못해 사과는 하지만 덕(운)이 없어 발생한 일일 뿐 자신에게는 큰 잘못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이 '부덕의 소치'를 언급했다.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전·현직 비서들이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려 경찰수사를 받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비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며 사과는 했지만 광주시 인사관리 시스템에는 심각한 흠결이 드러났다.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사람 다루는 기술은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런 점에서 인사실패는 리더의 자질 부족과 직결된다.

민선7기 광주시에서 유독 인사 관련 잡음이 많았다는 점을 직시하고 지금이라도 제 눈의 들보부터 세심히 살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이 시장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는다. 김대우 취재3부 부장대우 ksh43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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