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시민희생, 안전불감증 묵인해온 사회가 범인

입력 2021.06.10. 18:46 수정 2021.06.10. 19:54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학동 재개발4구역 건물 철거과정에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근처 6차선 도로로 무너지면서 정차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쳐 벌어진 일이다. 불과 한달 전 광주에서 붕괴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고, 2년여 전 서울에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은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에 다름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철거 작업의 위험도에 비해 안전 점검·관리가 너무 부실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철거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공정으로 진행됐다. 작업 중 이상 징후가 나타났지만 관계자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당시 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현장소장도, 감리자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찰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작업 중 붕괴조짐을 감지하고 곧바로 대피해 화를 면했다. 허나 도로 통제가 안되면서 이를 모르던 버스가 정차했다가 승객들이 화를 입었다. 도로만 통제했더라도 대형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철거방식도 문제였다. '탑다운'방식이라는 위험한 공정으로 진행됐다. 굴삭기로 구조물을 조금씩 허물며 위에서 아래로 허무는 방식이다. 여기에 건물 뒤편 일부를 허물어, 불안정한 건물 앞편이 도로변으로 쏟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도로변에 인접한 건축물과 인도 사이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사람을 잃고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에다. 지난달 동구 계림동 노후 주택 개축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앗겼다. 2년전 서울 잠원동에서 5층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지며 차량을 덮쳐 4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번 광주 붕괴 참사와 판박이다.

이같은 시민재해나 산업현장 사고의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천신만고 끝에 국회를 통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책임있는 당사자에게 책임을 지우자는 사회적 동의다. 법 시행에 앞서 벌어진 이번 사태에 우리사회는 분명한 다짐과 변화의 신호를 내야한다.

국가수사본부는 철저한 수사로 희생자와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야한다. 이와함께 더 이상 이땅에서 똑같은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언제까지 후진국형 사고에 허덕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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