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상 징후 보였지만···안전장치 하나 없었다

입력 2021.06.10. 09:51 수정 2021.06.10. 14:03 댓글 3개
매몰 버스 사망 대부분 뒷자리 승객
인부들 붕괴 조짐에 벗어나기 급급
부실한 철거 방식·허술한 통제 겹쳐
시공사, 쟁점·당시 상황 파악 못해

광주 학동 재개발4지역 철거 건불 붕괴로 9명이 숨지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유는 안전 불감증과 허술한 안전관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폐건물 철거작업 중 이상 징후가 보였지만 공사 관계자들은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고, 철거 과정에서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방식을 택했다. 사고 당시 공사를 관리감독하는 현장소장은 물론 감리자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망자 대부분 뒷자리 승객… 5명 한꺼번에 나와

10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도로와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당시 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54번 시내버스 1대가 깔렸다.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자 수습 과정에서 한꺼번에 발견된 5명은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상을 입은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비교적 훼손이 덜한 버스 앞 좌석 쪽에서 구조됐다. 사망자들은 전남대·조선대병원 등으로 옮겨져 장례 준비 중이다.


▲차랑통제 없이 공사…붕괴 징후에 작업자는 대피

현장의 안전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인부들이 사고 지점의 교통을 통제를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점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 철거에 투입된 4명의 인부 중 2명은 내부에, 2명은 외부에 배치돼 작업을 했다. 철거를 시작하던 중 '뚝, 뚝'하는 소리가 들리자 인부들은 곧바로 대피했다. 인부들은 모두 목숨을 건졌지만, 건물 붕괴 조짐을 전혀 모르던 버스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정차했다가 승객들만 고스란히 화를 입었다.

인부들은 공사를 위해 인도만 통제했을 뿐, 도로와 교통 통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통제 범위를 차로까지 확대했더라면 안타까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허술한 철거 방식…폐자재·흙더미가 건물 압박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재개발을 위한 막바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학동 재개발 4구역 대부분의 건물은 철거되고 남은 건축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시행사는 건축물을 철거하고 나온 폐자재들과 흙더미를 사고 건축물 뒤편에 쌓아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이만 4~5층에 달했다.

사고 건축물의 철거를 위해 폐자재 위로 굴삭기가 오른데다, 사고 하루 전날 인부들이 건물 뒤편 아래층 일부를 허문 사실도 파악됐다. 굴삭기와 폐자재의 무게가 건물에 쏠려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확산을 막기 위한 가림막만 설치됐을 뿐 붕괴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상태에서 철거하고 있었다.


▲시공사, 사과했지만 중요 부분 '모른다'

이날 자정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와 현장소장이 브리핑을 통해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지만, 중요 쟁점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거나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현장소장은 사고와 관련해 어떤 작업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작업자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한 이후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현장소장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공사를 총괄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공사당시 책임감리관의 입회 여부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태였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현장감식을 진행해 원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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