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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을 기다렸는데···日징용기업 16곳 손배소송 '각하'(종합2보)

입력 2021.06.07. 15:48 댓글 0개
86억원 강제징용 손배소송…1심 각하
법원 "손해배상 청구할 권리는 제한"
"강제집행, 권리남용…양국관계 고려"
피해자측 "대법원과 배치…항소 검토"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 임철호(가운데)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1.06.07.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렸다. 소송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이다. 법원은 피해자들에게 청구권은 있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해석했다.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이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 정반대로 배치된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은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청구권협정을 국민 개인의 청구권과는 관계없이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 등 문언의 의미는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배상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에 따라 국내적 사정 및 국내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조약의 효력은 유지되고 그와 같은 경우의 강제집행은 확정판결이 실체적 진실과 어긋나며 금반언의 원칙 등을 위반해 판결 집행 자체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청구이의의 소 및 그 잠정처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확정돼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열린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2021.06.07. xconfind@newsis.com

재판부는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고 결국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소구할 수 없는 권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 청구권이 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지만 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제한된다는 판단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을 맡은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권순일·조재연 대법관 소수의견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청구권 협정의 '완전하고도 최종적인 해결' 등의 문구를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10일에서 이날로 변경한 것에 대해 "당사자에게 고지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며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했고 소송대리인들에게 전자송달, 전화연락 등으로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 1940년대 일본제철 등 일본기업에 징용돼 노역에 시달렸지만 임금은 받지 못했다. 이들은 해방이 된 후에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해자들은 변론 과정에서 "일본으로 강제연행돼 의사에 반해 자유를 박탈된 채 강제로 노동에 종사했고 임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조성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고(故) 임정규씨의 아들 임철호씨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제철 주식회사와 닛산화학 등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각하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21.06.07. xconfind@newsis.com

판결이 끝난 뒤 장덕환 대일민간청구권소송단 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제 다시 이 문제에 대해 즉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기존 대법원 판결과는 정반대로 배치되는 판결"이라면서 "기존 대법원에서는 심판 자격을 인정했다. 현 재판부 판결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청구권이 존재한다는 현 재판부 판단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말한 것 같고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서 적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재판부에서 양국간 예민한 사안이라 좀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일단 강제징용 상태에서 임금도 받지 못한 아주 부당한 상태"라며 "최소한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 이것은 배상해야 한다. 양국 관계도 그런 기초 위에서 다시 정립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위자료 금액은 기존 대법 판례에 1억원으로 책정돼 있어 하급심은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해당 판결 이후 관련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총 19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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