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입력 2021.06.07. 11:44 수정 2021.06.07. 14:0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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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철 (주)건축사사무소 에이디그룹 대표건축사

도시는 생물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생명체이다.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담아내는 커다란 생명체이다. 모든 삶의 방식에 대한 다양한 선택과 소비,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는 곳이 도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라는 도시도 오랜 시간을 거쳐 작금의 도시가 만들어져 왔다.

가족과 친인척, 우리가 살아온 흔적과 기억들이 담겨 있는 삶의 터전이다. 오늘과 내일, 꿈과 희망이 담겨 있으며 후손들에게 대를 이어 살아가게 할 숙명의 터전이기에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지혜를 결집하여 이 도시를 잘 만들어서 후대에 넘겨줘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이 도시안에 사는 사람들의 도시적 정체성이기도 하다. 도시를 만들어 가는 일이 이 도시에서 사는 우리 모두가 보여지는 도시적 자화상이라고 한다면 이 도시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꾸어 가는 일을 한치도 소홀하게 대할 수 없는 숙명적인 명제임에 틀림이 없다. 삶의 터전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 집합적 공동체를 행복하게 견인하는 출구와도 같다.

도시의 삶의 질이 좀 더 품격있게 높아지고 좋아지는 꿈을 위해 다양한 도시적 정책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행정가와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고민하며 도시를 만들어 가는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광주시에서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3년 전 많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함인선 초대 총괄 건축가를 위촉, 선임하여 '건축기본법'에 근거한 광주가 지향하는 건축·도시공간의 정책과 전략에 대한 자문을 하고, 공공건축과 도시공간의 큰 틀을 만들어 가는 총괄조정을 맡는 민간 전문가제도를 도입하여 공공건축가조직을 구축하고, 건축정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비로소 광주도 도시의 큰 틀을 만드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시킬 조직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서 커다란 자부심을 같게 하며, 앞으로 일어날 도시의 변화에 큰 기대감을 같게 한다.

행정이 시민적 합의를 거쳐 방향을 설정하고 전문가 조직들이 이를 실행해가는 바람직한 공동체적 조직이 만들어 진 것이다. 2019년 11월 서구 치평동 '개발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 터'에 광주 대표도서관(City Main Library Gwangju)을 건립하기 위한 국제 건축설계 공모를 통해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공공건축가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공공건축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구축해가고 있다.

지난해 도시건축 선언문을 제정하여 도시건축에 대한 미래를 선언하고 회색 도시로 변해가는 무분별한 개발과 도시경관을 지켜내기 위해 지난 5월 6일 '광주 도시·건축 선언' 이행 매뉴얼을 발표했다. 광주만의 도시·건축 비전과 광주다움을 회복하자는 좋은 취지이다.

전남·일신방직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와 토론을 통해 산통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결과로 귀착 될 지는 궁금하지만 합의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이를 전제로 한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란 기대가 있다.

2020년부터 건축단체연합회의 전문가들이 모여 시작한 도시건축 조찬포럼 모임을 통해서도 제시된 다양한 안건들이 광주건축사회를 중심으로 2020년 말미에 건축설계경기 현실화 방안을 제도화하여 정착된 것도 커다란 성과라고 판단된다. 이렇듯 우리의 도시가 삶의 다양성과 공동체적 방향을 설정하고 실현해 가고 있다는 생각에 이 도시에서 살아온 건축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도시의 내일을 자랑스럽게 기대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공동의 꿈이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문화수도 광주로 우뚝서기를 소망한다. 도시는 잠깐 소비하다가 버릴 수 있는 생명 없는 물체가 아니다. 역사의 나이테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생명체이다. 이 생명체가 건강해야 우리의 건강한 삶이 담보된다. 우리 모두가 반듯하게 지켜내야 할 생명체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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