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나란히 앉은 책상에서 형제의 꿈도 쑥쑥'

입력 2021.05.28. 16:38 수정 2021.05.28. 16:39 댓글 0개
사랑의 공부방 160호
어머니와 헤어진 김군 형제
몸 다친 아버지는 속상한 맘에
아들들에 혼내기만…늘 미안
판박이 책상에서 꿈 키워가길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60호가 진행된 초등학교 4학년 김군 형제의 방

"너희들 공부 열심히 안하냐. 아빠 몸도 안좋은데 너희들이라도 공부 열심히 해야지 너희들까지 이러면 아빠 속이 어떻겠냐."

초등학교 4학년 김군 형제의 아빠는 툭하면 아들들에 혼을 냈다. 막막했기 때문이다. 가구 제작 업체에 다니는 아버지는 무거운 자재들 속에서 일을 하다 그만 어깨를 크게 다쳤다. 한쪽 어깨는 이미 수술까지 했고 다른 쪽 어깨도 곧 수술해야 한다.

두 손을 못 쓰게 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일을 생각하기만 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도 없이 지내는 아이들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걸 스스로 알면서도 답답한 심정에 거친 말이 먼저 입 밖으로 나가곤 한다. 엄마라도 있었다면 두 아들 걱정을 조금 내려놓았겠지만 자녀들이 어릴적 이혼한 뒤로 엄마는 아이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엄마 없이도 잘 지내온 초등학교 4학년 김군과 3학년인 동생이 잘못이 있을리 없다. 아빠도 대견하게 잘 자라온 아들들이 미어지게 고맙고 이쁘다. 더 해주지 못하고 그만 망가져 버린 자신의 몸이 원망스럽다.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입밖으로는 늘 날이 선 호통으로 나가는 것이 다시 후회가 됐다. 아이들과 마음조차 멀어질까봐 두려워졌다.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의 사회공헌활동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160호가 진행된 초등학교 4학년 김군 형제의 방

어느날 공부를 잘 하고 있는지 두 아들의 방을 둘러본 아빠는 또 한번 마음이 미어졌다. 누렇게 때가 끼고 잔뜩 들뜬 데다 곳곳이 찢어진 장판 위에서 아이들은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고 있었다.

늘 보던 광경이었지만 김군 아빠는 더이상 이렇게 살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변변치 않은 형편이지만 책상이라도 구해 주고 싶었다. 언젠가 길거리 신문함에 꽂힌 사랑방신문에서 본 '사랑의 공부방 만들기 공사' 소식이 떠올랐다.

다시 두꺼운 사랑방신문을 펼쳐 전화를 걸었다. "아이들 공부방 만들어 준다고 들었습니다. 해주실수 있는가요" 그렇게 사랑의공부방160호 공사가 이뤄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예전처럼 수많은 인파가 모일 수 없었음에도 도움의 손길도 여럿 도착했다.

김군 형제의 방의 어두컴컴한 벽지와 장판은 화사한 새 풍경으로 바뀌었다. 형제에게는 쌍둥이같은 두 개의 책상이 나란히 생겼다. 똑같은 책상인데도 "내 것이 더 좋네" "아니 내 것이 더 좋거등"하며 장난을 치는 김군 형제였다.

아들들의 웃음에 김군 형제 아빠는 비로소 마음 속 응어리가 풀렸다. 인생의 어려운 순간에서 도움을 준 사랑방미디어와 무등일보, 광주재능기부센터에 고마워하며 "훌륭히 잘 키우겠습니다"고 삶의 희망을 드러내 보였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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