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시청광장에서 선별진료하는 동네병원 원장들

입력 2021.05.20. 08:10 수정 2021.05.20. 19:23 댓글 0개
서해현 건강칼럼 서광요양병원장

저녁 6시부터 10시, 시청 야외음악당에 가면 우리 동네 병원 원장님들이 있다.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광주광역시 의사회원들이다.

지난 주, 광주광역시 확진자가 일주일만에 56% 증가했다. 감염재생산지수 1.13으로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시는 5월17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방역 수칙 강화와 특별점검 및 단속 등 대책을 실행했으며, 시청 앞 임시선별진료소 운영을 오전9시부터 오후10시까지로 4시간 연장했다.

임시선별진료소 운영시간 연장으로 방역담당자들의 체력 한계가 우려되자 광주시의사회에서 나섰다. 방역공무원들의 짐을 나누어지기 위해 자원봉사단을 결성했다. 병원 일을 마치고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한다. 토·일요일도 오후10시까지 운영한다. 다음 주까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필자가 본지 2월21일자 건강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백신과 집단면역을 통한 감염 억제가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와 백신접종에 대한 높은 거부감 때문에 달성이 쉽지 않다. 치료제 개발은 백신과 동등하게 중시하여 추진해야 한다. 타미플루는 2008년 신종플루 팬데믹에서 인류를 구한 특효약이었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을 책임질 해결사 치료제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팬데믹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인구가 많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최근 대만·베트남 같은 방역 모범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대만과 베트남은 면역률이 1% 미만이다. 집단면역이 없으면 '일상의 정상화'는 이룰 수 없다. 백신이 답이다.

세계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백신 사재기 때문에 '백신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국가지도자의 능력이 백신 확보에 따라 평가되고 있다. 효과적 과학과 신뢰받는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다. 용감하고 정직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백신 춘궁기이다. 백신 물량만 확보되면 한 달 안에 인구의 70% 접종이 가능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질병청이 4월까지 접종한 국내 60세 이상 인구의 백신효과를 분석한 결과, 1차접종 2주 후부터 86.6% 예방효과가 있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제조사에 따른 백신의 효과나 부작용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둘 다 효과가 우수했고 부작용 발생률은 높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접종 효과이다. 우리나라 코로나19 사망자의 95%는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연구 결과, 예방접종을 한 노인은 접종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감염률이 현저히 낮았다. 감염된 경우에도 대부분 가볍게 넘어갔으며,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2021년 5월 경기도의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노인환자 11명은 모두 백신을 하지 않은 경우였다. 입원환자 가운데 접종한 사람은 한명도 감염되지 않았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19로 생겨난 우울감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절망에 빠지지 말자. 예수는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슬퍼하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고뇌가 생명으로 이끌고, 슬픔이 기쁨을 가져오며, 절망에서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희망은 절망 가운데 있다. 성서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다시 춤추기 시작할 때(IVP출판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다. 깊은 절망과 실망 가운데 우리는 기다린다. 확실한 믿음으로, 미래를 향하여, 절망에 맞서 기다린다. 만나고 포옹하며 사랑하는 선한 미래를 본다. 생명이 죽음을 물리친다. 밝음이 어둠을, 선이 악을 이긴다. 믿음으로 미래를 준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이다. 당신이 행복할 때 인생은 좋다. 그러나 더 좋을 때는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이다.남을 도우면 행복해진다.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된다. 미소를 지어주거나, 외로운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소박한 식사를 같이 하든지…

선한 이의 작은 노력이 모여 건강한 공동체를 만든다. 코로나19 전선에서 밤낮 없이 휴일 없이 수고하는 의료진들. 방역담당자와 의료인의 희생과 헌신이 없다면 시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책임에 성실한 사람이 아름답다.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축복이다. 늦은 저녁 광주시청 앞 임시 선별진료소, 피곤한 얼굴에 미소를 띤 광주광역시 의사회원들에게서 1980년 5월의 나눔과 연대 정신을 다시 본다.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