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이브닝브리핑]"미얀마에서 광주의 어제를 본다"

입력 2021.05.18. 17:49 수정 2021.05.18. 17:50 댓글 1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5·18민주화운동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재한 미얀마인들이 민주주의 시위 상징인 세손가락을 경례를 하며 참배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광주와 미얀마"

무장 군경에 끌려간 남편이 하루 아침에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왔습니다. 눈물을 머금은 아내는 남편을 붙들고 오열을 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남편의 몸에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장기는 모두 제거 돼 있었고, 몸 곳곳에는 고문 당한 흔적이 가득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미얀마는 지난 2월 1일 일어난 군부 쿠테타에 많은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군부가 자신의 뜻에 반하는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어섭니다. 주민들을 인간 방패를 앞세운 군부는 민간인에게 포격을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청년은 물론 관계없는 힘 없는 노인들과 아이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이 모습은 마치 1980년 5월 광주와 비슷합니다. 당시 광주시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줘야 할 자국 군인들의 군홧발에 짓밟혔습니다. 이때 부모는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고, 어린 자식들은 고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때 이 사건은 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으로 조명 돼 광주 폭동이라고 불렸습니다. 상처뿐인 광주시민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것이죠.

만일 '푸른 눈의 목격자' 힌츠페터가 없었다면 지금 광주의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목숨을 건 그의 보도 덕분에 광주 폭동은 민주화 운동으로, 불의는 정의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미얀마에서 과거의 광주를 봅니다. 우리가 미얀마 사태를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한경국기자 hkk4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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