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매도 폭탄 던지는 외국인들...왜

입력 2021.05.13. 05:00 댓글 0개
이틀간 국내 주식시장서 5조 넘게 팔아
신흥국·성장주 팔고 선진국 가치주 투자
인플레 우려, 노동자 부족에 따른 원자재 급등이 야기
증권가 "물가 우려 완화 가능성 낮다" 판단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3209.43)보다 47.77포인트(1.49%) 내린 3161.66에 마감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종가가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978.61)보다 11.41포인트(1.18%) 내린 967.10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19.6원)보다 5.1원 오른 1124.7원에 마감했다. 2021.05.12.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신항섭 기자 = 외국인들이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에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도폭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 상승과 긴축을 우려해 신흥국을 팔고 선진국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플레 공포는 노동자 부족이 야기했다는 점에서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목재, 철광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해 물가 부담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 시장에서 4조73381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3872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3200선 밑으로 내려갔고, 코스닥도 960선까지 하락했다.

까지만 해도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3249.30)를 달성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은 공매도 재개 이후 1000포인트 밑으로 내려갔지만 지난주부터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틀간 외국인의 대규모로 팔아치우자 개인들의 대규모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이달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외국인들이 팔아치우고 있는 것은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고용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공고는 사상 최대였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일하려는 노동자의 수가 상당히 적은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에서 분석한 부족한 근로자수는 약 100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노동자 부족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 부족으로 인해 반도체, 목재, 철광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빗고 있고, 이로 인해 가격 상승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 노동자 부족으로 경제 정상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그간 증시를 끌어올렸던 것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경제 정상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승분에 대한 매물 출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헤지펀드들의 현금 보유량이 적다는 점도 매도 폭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 상승시 외국인 금융사들은 주로 가치주에 투자한다. 하지만 최근 미 헤지펀드들의 전체 자산 가운데 현금 보유 비중은 4.1%에 불과하다. 이에 성장주와 신흥국 주식을 팔고, 미국 증시의 가치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는 국내증시와 같이 기관(외국인)이 매도하고 개인들이 사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증권가는 당분간 이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추가 경기 회복 기대가 어려워 경제가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더라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심할 경우,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면서 경기 회복세에 제동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고,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여전히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순환적 차원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점 더 가중돼 간다"고 설명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 물가가 금융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더라도 물가 관련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라며 "국제유가는 다시 65달러 대로 높아졌으며, 구리, 철강, 목재, 대두 등 원자재 가격 전반에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