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안녕, 여름' "결핍 가진 사람들 대화에 더 신경썼다"
입력 2021.05.11. 18:26 댓글 0개일본 연극 '이번에는 애처가' 원작
초연 오루피나 연출가·최종윤 작곡가 의기투합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평범한 일상 속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연극 '안녕, 여름'이 2016년 초연 이후 5년 만에 돌아왔다.
연극 '안녕, 여름'은 설렘보다는 익숙함이 더 친숙한 결혼 6년차 '태민'과 '여름' 부부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서 함께하는 '조지', '동욱', '란'까지 다섯 캐릭터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한다.
각각의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은 후회 없는 삶이란 무엇인지, 곁에 있는 사람에게 받은 사랑의 감사함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원작은 연극 '이번에는 애처가' 제목으로 2002년 일본에서 초연된 후 희곡, 소설, 만화,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창작됐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열린 연극 '안녕, 여름'의 간담회에서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완벽할 수 없고 결핍이 있다"며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전하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초연을 함께한 오루피나 연출가와 최종윤 작곡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이번 재연에서 조지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보여주고자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극 중 조지 클루니를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조지는 게이로, 유쾌함으로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을 줄 아는 남자다.
오루피나 연출가는 "원작에서는 조지가 좀 더 평면적으로 표현돼 있다"며 "결핍 있는 사람들을 조지를 통해 묶어보고 싶었다. 이번 연출에 있어 결핍을 가진 관계들을 어떻게 잘 엮어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조지와 태민, 조지와 동욱, 조지와 란 등 인물간 대화에 좀 더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본상 태민과 여름은 6년 차 부부로 설정돼 있는데, 요즘 30대 부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담으려 했다"며 "무언가 소중한 걸 잃어버린 경험은 누구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드라마 보듯이 편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한 사진작가였지만 지금은 카메라에서 멀어진,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무심한 남편 태민 역에는 정원조, 송용진, 장지후가 캐스팅됐다. 깜박깜박하며 덤벙대지만, 남편에 대한 애정만큼은 한결같은 여자 여름 역에는 박혜나, 이예은이 이름을 올렸다.
조지 역에는 남명렬, 조남희가 나선다. 또 연애에는 서툰 순수한 사진작가 지망생 동욱 역에는 박준휘, 조훈, 반정모가 캐스팅됐으며, 당찬 모습 뒤에 상처를 머금고 있는 배우 지망생 란 역에는 이지수, 박가은이 출연한다.
태민 역의 송용진과 조지 역의 조남희는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합류했다.
송용진은 "제 주변의 유부남들이 다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인데, 이번에 다시 참여하게 됐다"며 "저도 결혼 7년차인데, 태민의 현실에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되는 것도 많다. 초연 때는 원작에 가깝게 나쁜 남자 스타일로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부드럽게 귀여운 정도로 순화해봤다. 부부가 함께 오면 많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남희는 "제가 5년 전에 접근한 조지와 남명렬 선배님이 표현한 조지를 비교하고 지켜보면서 많이 배웠다. 과하지 않고 덜하지 않은 부분을 취하려 많이 노력했다. '안녕, 여름'은 배우들이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가 있다. 배우들 모두 사랑스럽고 가족 같아서 아름다운 공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남명렬은 "조지 역을 맡고 처음에는 정형화되지 않은 게이의 모습을 생각했지만, 연습을 거쳐 이 작품에서는 게이로서의 정형성을 강화해서 보여주는 게 전체적인 캐릭터 조화에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안녕, 여름'은 주로 뮤지컬 등에서 활동했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처음 도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예은, 반정모, 박가은, 이지수 등이다.
특히 11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박혜나는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됐다. 그동안 연극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좋은 작품으로 다시 경험하게 돼 너무 좋다. 뮤지컬에서는 음악이라는 언어로 관객들을 마주한다면, 연극 무대는 살아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방식이 제겐 하나의 도전이고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드라큘라', '위키드' 등에 출연한 이예은은 "첫 연극에 도전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고,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 일상의 언어로 공연하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화려하고 강렬한 역할도 매력적이지만 많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연기하게 돼 너무 즐겁고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녕, 여름'은 오는 6월20일까지 공연한다. 17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약 110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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