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달빛철도'도 속타는데 ···전라선 '거북철' 우려

입력 2021.05.11. 16:17 수정 2021.05.11. 20:18 댓글 2개
4차 철도망 계획 반영 위해 일부 구간 기존 선로 활용
2004년 KTX 개통시 저속철 오명 받은 호남선 연상
KTX 전라선 고속화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최근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안)' 초안에 신규로 반영된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완공되더라도 '저속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가 4차 철도망계획 반영을 위해 100% 신설이 아니라, 일부 구간은 기존 선로를 활용 하는 등 사업비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2004년 고속철도 개통시 기존 선로를 이용한 호남선이 '저속철'이란 오명을 받은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지역 정치권과 전남도에 따르면 전라선 고속화 사업에 주력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수을)은 관련 토론회에서 100% 신설을 기준으로 5조7천억원의 사업비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남도는 김 의원안으로는 4차 철도망계획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주~익산 등 일부 구간은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4조7천억원의 용역안을 내놨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4조7천억원의 사업비로도 정부 재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3조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3조원을 제시한 이유는 4조7천억원 투입안과 비교해 단축 시간이 불과 '4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국토부는 전남도의 4조7천억원안이면 38분, 3조원이면 34분 단축된다고 지역정치권과 전남도를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4차 철도망계획 초안에 신규 사업으로 반영되면서 국토부와 전남도 전략은 성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100% 신설을 전제로 주장한 사업비 5조7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무려 2조7천억원이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기존 선로가 활용되는 구간은 설계 속도는 250㎞인데 실제 속도는 160∼170㎞ 가량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지만 호남선 KTX는 '저속철'이란 오명을 안고 달렸던 상황이 오버랩된다. 당시 경부선은 고속철도 공사가 진행된 반면 호남선(오성∼광주 송정)은 기존 선로를 활용했다. KTX를 이용한 시·도민들은 서울에서 오성까지는 300㎞, 오성에서 광주까지는 170-180㎞ 속도로 오고 갔다.

그러다 2015년 호남선 고속철도 건설이 완공되면서 비로서 진정한 KTX 시대가 열렸다. KTX 도입 11년 만이었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관계 당국의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4차 국가철도망계획 반영을 위해 사업비 축소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라선 고속철이 저속철이란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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