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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두환 항소심 첫 재판 불출석 요구 불허"

입력 2021.05.10. 15:56 댓글 0개
재판부 불출석 상태로 개정 불가능…5월 24일로 일정 연기
변호인 "24일도 전씨 불출석", 사실상 '방어권 포기'로 풀이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항소심 법원이 인정신문 없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전두환(90)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씨는 출석 의무가 부여된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 의사를 밝혔다가 재판 나흘 전 돌연 입장을 바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원은 전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할 수 없다며 2주 뒤로 재판 일정을 연기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법정에 들어선 재판장은 먼저 전씨를 호명한 뒤 불출석을 확인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재판장 허락에 따라 불출석 사유를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365조 법리 검토 결과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출석이 어려운 피고인에게는 실질적인 출석 의무를 완화하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법 주석서와 법원행정처 실무 제요를 토대로 해석해보면,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완화·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전씨의 장거리 이동, 다수의 경호·경비 인력 동원 등을 이유로 재판부에 '전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인정신문 절차를 생략하고 공판을 개정·속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인정신문은 실질적 심리에 들어가기 전 피고인이 분명 본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름과 나이·주소·등록기준지를 묻는 절차다.

검사는 형사소송법 284조(인정신문) 등을 근거로 '전씨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과 선고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출석을 허용하면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전씨의 주장을 배척하고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항소심 절차에 따라 전씨의 불출석으로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첫 공판과 선고기일 때에는 불출석을 절대 허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전국 모든 법원이 지키고 있는 절차"라며 항소심 첫 재판 일정을 2주 뒤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전씨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정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24일로 연기된 기일에도 전씨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출석 상태에서 항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적법한 기일 소환에도 2회 이상 불출석할 경우 개정할 수 있다'는 결석재판 허용 요건에 따라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는 전씨가 자신의 방어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법은 2회 이상 불출석에 따른 결석재판 허용 시 '제2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에 관해 별도로(피고인에게) 소환장을 보내지 않고, 공판기일 내에서 선고기일을 지정·고지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제재 규정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전씨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검찰과 전씨 측은 "원심 판결에는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고, 양형 또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한편 전씨는 1심 때에도 건강상 이유 등을 들며 두 번째 공판기일에 불출석하고 재판부 이송 신청과 관할이전 신청을 잇달아 내면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구인장 발부에 따라 기소 10개월 만에 1심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1심 선고는 기소 2년 7개월 만(943일)에 이뤄졌다.

5·18단체는 "전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의도적으로 재판을 회피하며 법원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전씨를 법정구속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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