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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중 대결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이다
입력 2021.05.10. 09:40 수정 2021.05.11. 08:42 댓글 0개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개입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파트너 고르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의회의 대처가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1 전략적 경쟁법안'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12대 1로 만장일치에 가깝게 통과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인권상황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법안, 미국의 기술 연구에 수천억 달러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 미국 내에 기술허브를 만들기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 등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미국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략적 경쟁법안'은 281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법안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법형식과 달리 '전략적 경쟁법안'은 의회가 조사한 결과(Findings)를 12페이지에 걸쳐서 수록하고 있는데, 미국 의회가 중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첫째 중국은 레닌주의적 권위주의 거버넌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모든 영역에서 중국 공산당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보편적 가치와 인권이 공산당의 지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인권탄압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은 권위주의 모델의 우수성을 주장하며 권위주의적 통치 모델을 다른 나라로 전파하고자 한다.
둘째, 중국은 국가주도의 중상주의 경제정책을 취하고 있다. 제조업과 기술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합법적, 비합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중국시장에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시장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지적 재산권의 도용, 기술이전의 강제, 중국기업에 대한 엄청난 규모의 국가보조, 그리고 외국 기업과의 거래에서 자산데이터(proprietary data)에 중국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대일로는 중국 중심의 경제체제를 만들어 국가소유인 중국기업들이 경제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셋째,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역적 헤게모니를 추구하고 있으며, 남중국해에서는 비합법적으로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고, 대만에 대해서도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지 이른바 통일을 하고자 한다. 특히 중국의 군민융합(civil-military fusion) 전략은 민간의 최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군사전략화 하고자 한다. 결국 중국은 국제질서를 위협하게 될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이익은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 번영, 자유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중국에 대한 미국 의회의 인식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분명한 사실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전쟁은 격화될 것이고, 미국경제와 중국경제의 탈동조화도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전략적 경쟁법안'이 대규모의 예산상의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 '국제 인프라구조',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탈동조화에서 나아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들과 기술동맹을 추구하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소중한 파트너'라는 문재인 정부의 전략이 설 자리가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략적 경쟁법안'의 '경쟁적 미래에 대한 투자' 편에 수록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네 번째 장인데,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매년 3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해 관계기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해로운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을 소개하면, 1)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서 중국공산당의 해로운 영향력의 타겟이 될 수 있는 부패를 감소시키고, 2) 시민사회와 독립 언론을 지원해 일대일로와 관련된 활동의 부정적 영향력에 경종을 울리게 하고, 3) 중국공산당의 부정적 영향력을 이롭게 하거나 그로부터 이익을 얻는 초국가범죄기구에 대응하도록 하고, 4)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의 허위성을 밝히도록 하고, 5) 중국 공산당이 권위주의 이념이나 통치모델을 홍보하거나 정당화하는 것에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은 21세기가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후퇴기이고 민주주의를 보호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후퇴의 경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비민주적 체제로 후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 국가가 선거개입, 정치자금 살포 등의 방법으로 민주주의 국가를 침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2016년 대선에서는 러시아가 특정 후보의 자료를 해킹해 폭로했고, 일부 주의 선거시스템에 접속해 들어가고자 한 바 있다. 호주의 정치권은 차이나 머니의 침투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고, 대만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정보전도 잘 알려져 있다.
타임지 2017년 9월25일자는 '어떻게 러시아계 유권자들이 독일 극우정당의 등장에 기름을 부었는가'라는 기사에서 반이민 정책을 지닌 신생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r Deutschland)이 2017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 선 데에는 클레믈린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 국영방송의 편파방송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우리의 리사'라는 프로그램은 리사라는 이름을 가진 러시아계 소녀가 베를린에서 무슬림 이민자들에 의해서 납치되어 강간당한 사건을 다루었다. 독일 경찰은 그 방송이 사실이 아님을 경고했지만, 러시아 고위외교관들은 오히려 베를린 당국이 은폐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주재 러시아대사관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서 독일정부는 그들의 나라를 이민자의 발밑에 있는 카펫처럼 만들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민자들의 범죄조차도 이민자 발밑에 있는 카펫 속으로 쓸어 넣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영방송의 보도는 독일 전역에서 우리의 리사를 위한 러시아계 주민들의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개입해 정치지형을 변화시키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파트너 고르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제라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그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한다.
- <칼럼>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증오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드레퓌스라는 사람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증오'엔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증오를 보는 게 영 쉽지 않다. 물론 증오를 발산하는 이들은 사회정의를 내세우겠지만,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사회정의는 내로남불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는 대부분 이런 내로남불형 증오다.혹 주변에 증오를 자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관찰해보시라. 그들은 대부분 옳은 말을 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망정 비난받아 마땅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일단 긍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증오를 자주 접하다보면 그 어떤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증오의 대상이 진영 중심으로 어느 한쪽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사적인 자리에선 정치 이야기를 한사코 피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불쑥 꺼내는 정치 이야기까지 틀어 막을 수는 없는지라 그냥 들어야 할 때가 있을 게다. 잠자코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홀로 이런저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게다. "그런 특성은 당신이 추앙하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것 같은데, 왜 이 사람만 비난하지?" 이런 생각을 발설했다간 싸움 나기 십상인지라 그냥 자기 머릿속에서만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사실 관계가 다른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는 주장일지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음. 선동 전문 유튜브를 많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다.사회과학자로서의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공사(公私) 영역에서 그런 증오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유형을 분류하곤 한다. 아무리 대화를 해봐야 내로남불을 내장하고 있는 진영논리라는 방탄벽을 뚫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분석이나 해보자는 자세로 돌아서서 하게 된 게 유형 분류다. 증오의 이유 중심으로 볼 때에 생존투쟁, 쾌락투쟁, 인정투쟁, 이익투쟁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첫째, 생존투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하는 증오다. 미국 작가 에릭 호퍼는 "열정적인 증오는 공허한 삶에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들 중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 삶의 공허함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아닌가. 그런데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격렬하게 증오할 대상을 찾아 증오의 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의 사회적 쓸모와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의로운 일이 된다. 어느 정당에서건 강성 지지자들의 진정성과 열정이 감동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강할지라도 그들의 주장대로만 가면 당은 망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우선적인 건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이지, 그마저 희생해가면서 당의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둘째, 쾌락투쟁은 자신의 즐거운 쾌감을 위해 하는 증오다. "증오와 사랑은 같은 호르몬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국 소설가 그래함 그린의 말이다. 이 주장을 입증하겠다는 듯 미국 정신분석학자 오토 케른베르크는 '즐거움으로서의 증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격노에서 파생된 증오는 매우 유쾌한 공격적 행동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이에게 고통, 수치심, 아픔을 유발함으로써 느끼는 가학적 쾌감, 다른 이의 가치를 깎아내림으로써 얻어지는 환희가 그것이다." 공적 영역에서건 사적 영역에서건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증오의 언어를 내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얼굴들만 모아 그림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은 개인적으론 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엑스터시(ecstasy)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문제는 그런 엑스터시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일 게다.셋째, 인정투쟁은 자신의 소속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증오다. 그 집단이 비공식 집단이며 느슨하게 구성돼 있을지라도 한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식 집단 이상의 영향력과 규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오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외로워질 뿐만 아니라 정도가 심해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테레사 수녀는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고 했다. 사실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은 공포다. 그런 공포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무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증오 발산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넷째, 이익투쟁은 자신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하는 증오다. 이는 증오를 팔아 돈을 버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등 이른바 '정치군수업자들'의 선전·선동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전·선동을 사회정의로 포장하는 '증오 마케팅' 능력이 워낙 탁월해 정의에 목 마른 신도들로부터 적잖은 헌금을 거둬들인다. 특정 정당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으로 내려가면 반대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누가 더 강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로 공격하나?"를 겨루는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 풍토에선 개인이나 자영업자에게도 증오를 표현하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모두가 다 증오의 방향으로 뛰면 그 증오의 심정과 언어를 공유하면서 따라 뛰어야만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이렇듯 우리 사회에선 자기 진영의 이익과 그 진영에 소속된 사람들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들로 인해 증오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어렴풋한 수준일지라도 소속 진영 없이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인데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이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까지 파고 들어 생활화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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