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2030도 뻔뻔해질 때 꼰대가 될 수 있다

입력 2021.05.06. 14:39 수정 2021.05.06. 19:31 댓글 0개

"노인들이 저 모양이라는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도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이 되니 봐주면 안된다."

'시대의 풍운아', '진정한 어른'으로 불렸던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지난달 86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방송국 PD로 입사했다 박정희 정권의 제작 지시에 반발해 사직했다. 부친이 운영하던 강원도 삼척 광산업체를 물려받아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돈 버는 맛에 중독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싫어서, 또 유신정권의 앞잡이가 되기 싫어 자유인이 되고자 광산을 모두 정리하고 자산을 모두 광부들에 나눠줬다. 그 뒤 민주화 인사들에 은신처를 내어주고, 자금을 지원하며 세상에 기여했다. 한 평생 그는 돈과 권력을 경계했다.

뻔뻔한 꼰대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2019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내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다, 단임제를 실시하지 않았느냐'는 망언을 한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씨에 대해 "민중이 다 분노해서 때려죽여야 할 악행을 무수히 저질러놓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사람이 균형감을 잃는다는 좋은 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이 먹어보니 뻔뻔해지는 걸 안다. 나도 옳은 소리인 체하고 말할 째비가 안된다. 제발 나이먹으면서 부끄러움이라도 유지하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채현국 이사장은 그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을 가리켜 꼰대라고 한 것일까. 아니었다. 채 이사장은 "젊은 꼰대도 있다. 나이에 상관 없이 그 따위로 길들고 그 따위로 살고 자기가 기회만 있으면 마음대로 횡포하는 걸 예사롭게 하는 아주 비문명적인 야만적 사태다"고 했다.

그 원인에는 정답을 강요한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시대 변화도, 부의 증가도 너무 빠른 변화 속에서 격돌하며 서로가 옳다고 여기며 정답만 쫓고 정작 존중의 가치가 사라졌다고 봤다. 정답이 아닌 해답을 얻으려면 현장에서 몸을 굴리며 땀 흘리고 고달플 때 드는 생각을 쫓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꼰대들을 향해 일침을 날린 채 이사장은 세상을 떠났고, 정권말 분위기를 타고 2030청년들의 시대가 벼락처럼 당도했다. 그렇지만 이미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미래를 예견한 바 있다. 실제로 90년대생은 이미 와 있다.

벌써 30대가 된 90년대생은 사회 각 분야의 말단에서나마 소신행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취재한 한 건설업자는 "70년대생까지만 일선 현장에서 물러나면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이 끝날 것이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반면 또다른 이는 "2030도 물들고 길들여지지 말란 법 있더냐"고 절하했다. 그런 와중에 채 이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60~70년대는 산업화를, 80~90년대는 민주화를 가치로 결집됐으나 지금 2030의 가치는 그야말로 다변화로 무엇 하나를 특정할 수 없다.

다변화로 인한 갈등도 심각하게 내포하며 벌써부터 우려스럽기도 하다. 기성세대를 대신할 2030이 단지 주도권만 넘겨받고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가치 없이 방황한다면 '잃어버린 시대'라는 비판을 살지도 모르겠다. 뒷세대로부터 '젊은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기성세대가 외면한 진실과 양심을 찾는 데 더 천착해야 하는 의무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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