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농부와 기성용

입력 2021.05.03. 18:55 수정 2021.05.03. 20:02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3부장/부국장대우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는 말이 있다. 쌀 한톨에 일곱근의 무게가 있다는 것인데, 쌀 한톨을 생산하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적어도 수십번은 가야한다는 뜻이다.

봄에 논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 여름이면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려야 하고 가을이면 풍요로운 황금 들녘의 곡식을 거두느라 고양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만큼 바쁜 사람이 농부이다. 오죽하면 옛날 농경사회에서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일컬어졌을까. 그 뜻은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다'는 의미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역할에 게으름과 거짓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아쉽게도 농부의 순진한 '땀' 보다는 편하고 쉽게 쉽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한탕주의'가 만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땀의 댓가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성실한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다.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 부동산투기 의혹의 근본 원인으로 허술한 농지법이 지목된다. 농지법은 말 그대로 농지는 농사를 지을 때에만 소유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각종 예외조항과 허술한 관리스시템으로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현행 농지법상 부실 농업경영계획서를 농지가 소재한 지자체에 제출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장치와 제도가 없다는 게 큰 문제다.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정부가 '가짜농부'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광주의 자랑이자 대한민국 축구 스타인 기성용(FC 서울) 선수와 그 아버지 기영옥 전 부산 아이파크 대표이사가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기성용은 2일 경찰 조사에서 "투기인지 전혀 몰랐고 아버지가 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보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 대표도 농지를 사들인 이유를 소상히 해명했다.

필자는 그들의 말을 믿고 싶다. 특히 투기 사실을 부인하는 기성용 선수를 믿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의 삶의 궤적과 행동이 이를 증명한다고 본다. 농지제도 폐해는 농지개혁 이후 역대 정부에서 쭉 지속돼 온 적폐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진짜 농부만 땅을 살 수 있도록 '투기의 온상' 농지제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류성훈 취재3부장 rsh@srb.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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