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늙었다고 늦은 것은 아닙니다

입력 2021.04.28. 16:30 수정 2021.04.29. 20:02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으로부터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 아직도 대한민국을 들썩이고 있습니다. 윤 여정! 우리가 이 이름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아서가 아닐 것입니다. 그녀의 50년 연기인생 동안 보여준 배우로서의 성실함과, 요즘 흔히 얘기하는 꼰대근성이 없는 탄력적인 마인드를 가진 73세의 그 유쾌함이 우리 모두가 닮고 싶어하는 노년의 모습이기에 더욱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나이가 들고 노화가 진행됩니다.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힘이 빠지고, 자신감도 잃어갑니다. 하지만 윤여정씨처럼 자신의 꿈과 열정을 잃지 않고 삶의 경험과 나이 듦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노년에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KFC의 창업자 커널 센더스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그의 나이 66세때 시작을 하였고, 파브르 곤충기로 유명한 저자 장 앙리 파브르는 교직을 퇴직 하고 86세에 파브르 곤충기를 완성했습니다.

대단한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의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가 더 쉽습니다. 71세에 유튜브를 시작하여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박막례 할머니, 64세에 순댓국집 사장님에서 모델로 데뷔한 시니어모델 김칠수 씨가 그러합니다.

이제 더 이상 노화, 은퇴라는 단어는 에너지가 없거나 끝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을 나이듦으로 볼 것인가는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내 스스로의 결정인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열어 조금만 찾아보면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유연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고, 삶을 설계하면서 노년을 다시 새로운 열정으로 이어나가는 모습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더욱 실감나게 합니다.

영어로 '은퇴하다'라는 표현인 retire라는 단어를 잘 살펴보면 새로운 길, 새로운 여정을 향해 다시(re) 타이어(tire)를 끼우고 출발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생은 60부터 라며 60대 꽃중년을 지칭하는 뉴식스티(new sixty)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나이를 잊고사는 논 에이지(non age)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논에이지 패션, 논에이지 마켓, 그리고 니트조끼로 대표되는 '할머니룩', '할미패션' 등의 단어들이 연신 새로운 트렌드를 지칭하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기존의 부정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사회에서도 소외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더 나아가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물론 노화가 진행되면서 신체적 쇠약과 그에 따른 열정의 감소, 자신감 상실 등의 변화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젊어도 꼰대 소리를 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이가 들어도 개방적이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내가 몇 살로 살 것인가는 나의 몫입니다. 늙었다고 늦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이 앞으로 남아있는 우리 생에서 가장 젊은 시간입니다.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