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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더불어민주당은 또 질 것이다
입력 2021.04.26. 10:40 수정 2021.04.27. 08:48 댓글 0개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선거 때는 이대남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첫째, 사전 경고에 귀를 닫는 오만함
둘째, 아전인수 원인 분석
셋째, 원인을 외면한 해괴한 해법
그래서 예언한다.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민주당은 이대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계속 겪을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 (이하 민주당)이 20대 남성, 일명 이대남에게 구애하기 바쁘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유가 그간 자신들을 지지했던 이대남이 이탈한 탓이라고 결론지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노력이 결실을 보아 다음 선거 때는 이대남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첫째, 사전 경고에 귀를 닫는 오만함
이대남이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투표날 이전에 이루어진 여러 번의 여론조사에서 이미 예고됐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선거기간 중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를 내밀었어야 하건만, 박영선 후보는 여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역사에 대한 청년의 경험치가 부족한 탓이다." 젊은 층이 뭘 잘 몰라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젊은 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20, 30대 청년들을 유세장 연단에 올렸을 때, 친문 인플루언서인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SNS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얘네들 얼굴 잘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보러 오거든 반드시 떨어뜨리세요. 건실한 회사도 망하게 할 애들입니다. 국민의 힘 지지해서 문제가 아니라 바보라서 문제입니다." 이런 말들에 대해 민주당에서 당 차원의 제지가 없었던 것은, 이렇게 해도 이대남들은 영원히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는 착각과 오만 때문이었다. 이랬던 이들이 선거에서 참패하자 뒤늦게 반성한다니, 여기서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느낄 수 있을까?
둘째, 아전인수 원인 분석
민주당의 반성이 그저 말뿐이라는 것은 자신들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손혜원 전 의원이 검수완박, 즉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하지 못해서 졌다고 한 건 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의 헛소리로 넘어가 주자. 하지만 차기 법사위원장을 노리는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좀 심각하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마포구를 분석해본 결과 총합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졌지만, 사전투표만큼은 이겼다며 개혁을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등 개혁은 자전거 페달과 같아서 멈추면 넘어지고 쓰러져서 전진할 수 없다. 스피디하게 더 개혁해야 한다." 민주당이 인심을 잃은 건 윤석열 총장 몰아내기를 검찰개혁으로, 김어준을 지키고 말 안 듣는 언론을 손보는 걸 언론개혁으로, 소신에 따라 판결한 판사들을 탄핵하는 것을 사법개혁으로 포장했기 때문인데, 선거에서 졌다고 이 일들을 더 추진하겠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이런 식의 구름 잡는 원인분석만 한 건 아니다.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현재 당 상근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남영희는 인하대학교를 직접 찾아가 무려 4시간 동안 20대 청년 두 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모처럼 제대로 된 접근을 한 남영희는 이대남의 이탈 원인을 찾아냈을까? 다행히도 그가 만난 학생들은 자신들이 왜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는지 솔직하게 말해줬다. 조국 전 장관과 박주민 의원으로 대표되는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의 실패, 백신수급이나 저출산 대처 등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 친중으로 치우친 외교 등등이 그 이유란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지적하던 문제점들을 20대들도 느끼고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여기에 대한 대책은 그간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일원답게 남영희는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한다. "두 학생과의 대화 속에서 왜곡된 사실, 편향된 인식, 이율배반적 사고가 발견됐"단다. "누군가가 의식화 교육을 따로 시킨 것처럼, 동일 사안에 대해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단다. 원인 분석이 이런 식이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포털,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까지 사실 왜곡과 무조건적 비판 여론 형성, 반정부 프레임이 그들에게 잘 스며들어 간 부분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입니다." 그러니까 반나절을 써 가면서 남영희가 내린 결론은 '언론개혁', 이럴 거면 뭐하러 인하대까지 가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셋째, 원인을 외면한 해괴한 해법
이대남의 이탈요인으로 꼽는 요소 중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민주당 정권하에서 여성단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구현해 냈다. 기성세대와 달리 예전보다 평등한 환경에서 자라난 이대남에게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겼으리라. 웬만한 커뮤니티에선 이에 대한 10대, 20대 남성들의 분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남영희의 말에서도 입증된다.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공공 기관 일자리에서도 20대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페미니즘이 선거에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지만, 이건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잃을까 봐 몸부림치는 것일 뿐, 최소한 포탈의 여론은 그간의 여성우대 정책이 지나쳤다는 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여성우대 정책을 재검토하고, 군대를 다녀오는 남성들에게 경력인정 같은,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는 게 옳은 방향이리라. 그런데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 내놓은 방안은 정말이지 뜬금없다. 예컨대 박용진 의원은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대신, 남녀 모두 100일간 징집돼 군사훈련을 받게 하자고 주장한다. 모병제를 할 만큼 우리 사정이 넉넉한지도 의문이지만, 일부 남성들이 욱해서 하는 '여자도 군대가라'를 정치인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도대체 뭔가? 그런가 하면 김남국 의원과 전용기 의원은 이미 위헌 판정을 받은 군가산점을 다시 끌어들인다. 개헌을 해서라도 공무원이 되려는 남성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 대책이라고 내놓는 게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민주당의 현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쉽게 정권을 가져갔고, 코로나 사태 덕에 총선에서 180석을 얻는 압승을 한 게 자신들의 무능을 자각할 기회를 잃어버린 탓이리라. 그래서 예언한다.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민주당은 이대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의 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계속 겪을 것이라고.
- <칼럼>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증오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드레퓌스라는 사람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증오'엔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증오를 보는 게 영 쉽지 않다. 물론 증오를 발산하는 이들은 사회정의를 내세우겠지만,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사회정의는 내로남불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는 대부분 이런 내로남불형 증오다.혹 주변에 증오를 자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관찰해보시라. 그들은 대부분 옳은 말을 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망정 비난받아 마땅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일단 긍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증오를 자주 접하다보면 그 어떤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증오의 대상이 진영 중심으로 어느 한쪽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사적인 자리에선 정치 이야기를 한사코 피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불쑥 꺼내는 정치 이야기까지 틀어 막을 수는 없는지라 그냥 들어야 할 때가 있을 게다. 잠자코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홀로 이런저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게다. "그런 특성은 당신이 추앙하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것 같은데, 왜 이 사람만 비난하지?" 이런 생각을 발설했다간 싸움 나기 십상인지라 그냥 자기 머릿속에서만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사실 관계가 다른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는 주장일지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음. 선동 전문 유튜브를 많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다.사회과학자로서의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공사(公私) 영역에서 그런 증오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유형을 분류하곤 한다. 아무리 대화를 해봐야 내로남불을 내장하고 있는 진영논리라는 방탄벽을 뚫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분석이나 해보자는 자세로 돌아서서 하게 된 게 유형 분류다. 증오의 이유 중심으로 볼 때에 생존투쟁, 쾌락투쟁, 인정투쟁, 이익투쟁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첫째, 생존투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하는 증오다. 미국 작가 에릭 호퍼는 "열정적인 증오는 공허한 삶에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들 중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 삶의 공허함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아닌가. 그런데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격렬하게 증오할 대상을 찾아 증오의 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의 사회적 쓸모와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의로운 일이 된다. 어느 정당에서건 강성 지지자들의 진정성과 열정이 감동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강할지라도 그들의 주장대로만 가면 당은 망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우선적인 건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이지, 그마저 희생해가면서 당의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둘째, 쾌락투쟁은 자신의 즐거운 쾌감을 위해 하는 증오다. "증오와 사랑은 같은 호르몬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국 소설가 그래함 그린의 말이다. 이 주장을 입증하겠다는 듯 미국 정신분석학자 오토 케른베르크는 '즐거움으로서의 증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격노에서 파생된 증오는 매우 유쾌한 공격적 행동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이에게 고통, 수치심, 아픔을 유발함으로써 느끼는 가학적 쾌감, 다른 이의 가치를 깎아내림으로써 얻어지는 환희가 그것이다." 공적 영역에서건 사적 영역에서건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증오의 언어를 내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얼굴들만 모아 그림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은 개인적으론 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엑스터시(ecstasy)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문제는 그런 엑스터시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일 게다.셋째, 인정투쟁은 자신의 소속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증오다. 그 집단이 비공식 집단이며 느슨하게 구성돼 있을지라도 한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식 집단 이상의 영향력과 규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오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외로워질 뿐만 아니라 정도가 심해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테레사 수녀는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고 했다. 사실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은 공포다. 그런 공포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무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증오 발산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넷째, 이익투쟁은 자신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하는 증오다. 이는 증오를 팔아 돈을 버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등 이른바 '정치군수업자들'의 선전·선동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전·선동을 사회정의로 포장하는 '증오 마케팅' 능력이 워낙 탁월해 정의에 목 마른 신도들로부터 적잖은 헌금을 거둬들인다. 특정 정당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으로 내려가면 반대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누가 더 강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로 공격하나?"를 겨루는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 풍토에선 개인이나 자영업자에게도 증오를 표현하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모두가 다 증오의 방향으로 뛰면 그 증오의 심정과 언어를 공유하면서 따라 뛰어야만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이렇듯 우리 사회에선 자기 진영의 이익과 그 진영에 소속된 사람들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들로 인해 증오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어렴풋한 수준일지라도 소속 진영 없이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인데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이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까지 파고 들어 생활화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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