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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도 낮은 자가검사키트···"숨은 감염 놓친다"

입력 2021.04.24. 06:47 댓글 0개
식약처, 국내 첫 자가검사키트 2개 조건부 허가
"무증상 사용 대상서 제외…양성은 PCR로 재검"
"낮은 정확도에 숨은 감염자는 더 숨게 될 것"
"정부, 검사소 안 늘리고 국민에게 부담 전가"
"확진자 폭증하거나 보건소 없는 오지라면 유용"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전날 대비 797명 늘어난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1.04.23. park7691@newsis.com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 지난밤 지인들과 노래연습장에 다녀온 A씨는 다음날 기침을 하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원이나 보건소 선별진료소 검사는 받고 싶지 않은 A씨는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샀다. 15분 만에 나온 결과는 '음성'. 음성이 나왔지만 A씨는 불필요한 외출은 피하고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만일을 대비해 진단검사를 받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를 내주면서 명시한 사용 대상에 따르면 자가검사키트는 A씨처럼 써야 한다. 음성이 나오더라도 증상이 있거나 감염이 의심된다면 A씨와 같이 결국 유전자 증폭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질병관리청은 권고하고 있다.

진단검사와 감염병 전문가들은 단순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가 나쁘다'라는 게 아니라 '굳이 이 상황에서 자가검사키트가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오히려 정부가 책임져야 할 방역 업무를 국민들에게, 그것도 본인부담으로 떠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자가검사키트, 15분 만에 결과 나오지만…검사 정확도 담보 못해

24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식약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정 단백질을 검출하는 항원 검사 방식 자가검사키트 2개 회사 제품에 대해 품목 허가를 냈다. 신속항원검사와 같은 방식으로, 기존 신속항원검사와는 검체 채취를 전문가가 하느냐 개인이 집에서 하느냐의 차이 정도만 있다.

자가검사키트의 장점은 콧속(비강) 도말 검체에서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의료진 도움 없이 개인이 검체를 채취하고 감염 여부를 15분 내외로 확인할 수 있다는 신속성에 있다.

그러나 정확도를 담보하기 어렵다. 이번에 허가받은 제품은 해외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썼을 때 민감도는 82.5%와 92.9%, 특이도는 100%와 99.0%라고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했다.

민감도(sensitivity)는 실제 양성인 환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양성으로 찾아냈느냐, 특이도(specificity)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음성으로 찾아내느냐를 나타낸다. 민감도가 낮으면 실제로 감염된 확진자를 놓칠 가능성이 높고 특이도가 낮으면 엉뚱한 사람을 확진자로 분류하게 된다.

무증상자는 결과 확인 안 될수도…어차피 PCR 검사 받아야

전문가들이 자가검사키트를 우려하는 건 단순히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는 나빠서가 아니다. 현재로선 불필요한 수단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선 검사를 받지 않았을 사람이 한명이라도 검사를 받으면 무증상·숨은 감염자를 찾을 수 있으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자가검사키트를 허가하면서 사용 대상으로 '무증상자보다 증상이 있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데도 유전자 검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보조적으로 사용'하라고 명시했다. 무증상자는 제품 원리와 한계 때문에 바이러스 농도가 적은 무증상자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증상 감염자를 찾기 위해선 지금처럼 진단검사가 최선이란 얘기다. 양성이 나오면 그 즉시 진단검사를 2차로 받아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양성이 나오면 PCR 검사를 또 받아야 하고 음성이 나와도 증상이 계속되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그렇게 할 거라면 뭐하러 자가검사키트를 써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3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2개 제품에 대해 3개월 내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했다. 사진은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양성(위)과 음성(아래) 판정이 나오는 모습.(사진 : 식약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가짜 양성' 우려…"숨은 감염자 찾는 게 아니라 더 숨게 될 것"

검사를 한명이라도 더 받으면 '숨은 감염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되레 숨음 감염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PCR로 하면 확진된 사람들을 찾아내는 반면 신속항원검사 방식으로는 제한된 사람만 잡아내낸다. (가짜 음성이 나온) 확진자들이 다시 검사 받으러 올 가능성보다 오히려 감염원을 못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감염은 더 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음성 우려를 언급할 때 전문가들은 지난해 2월 대구·경북 사례를 예로 든다. 당시 최초 확진자는 진단검사 결과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 신속항원검사 방식으로 검사했다면 음성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진단검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 식약처가 80~90%대 민감도·특이도에도 3개월 안에 추가로 임상 성능시험 자료 등을 제출토록 한 조건부 허가를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로선 임상 성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이도가 낮았을 때 생기는 '가짜 양성'이 나왔을 땐 추가 전파 우려는 없다. 하지만 가짜 양성 환자가 발생한 시설은 불필요하게 운영을 중단하고 검사받을 필요가 없는 가짜 양성자의 접촉자들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혁민 교수는 "자가검사키트 도입 필요성을 물어보면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는데 자가검사키트는 '안 하는 게 낫다'"며 "하는 게 나으려면 그 검사로 피해가 없고 돈이 안 들어야 하는데 자가검사키트는 위양성, 위음성 피해가 있고 싸지도 않다"고 딱잘라 말했다.

경제적 피해 최소화?…"자가검사키트는 전액 본인부담"

자가검사키트 도입 주장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돈과 관련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업 제한이나 금지로 다중이용시설의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자가검사키트 사용을 전제로 한 운영 시간 확대를 주장하며 이른바 '서울형 상생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번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들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당국과 업계에선 1만원 안팎으로 가격을 추산하고 있다. 일부에선 여러 번 반복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하는데 이와 관련해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반복 사용하게 되면 결국 가격 부담은 늘어난다.

더군다나 정부는 정확성 등이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키트에 대해 건강보험이나 국고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비용·효과 측면이라든가 사업 효과로 볼 때 개인이 판단해 구매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 건강보험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진단검사에 투입되는 의료인력을 줄여 예방접종에 활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정부가 임시선별검사소에 지원한 의료인력은 400명 정도다. 당장 75세 이상까지만 확대된 예방접종에 이 400명을 투입하는 게 위양성·위음성 피해보다 실익이 더 크지 않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반대로 전문가들은 선별진료소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을 줄이고 검사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올리고 정확도도 높고 무증상·경증도 잡아낼 수 있는 PCR 검사를 기반으로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전국 광역시·도로 확대하는 게 정답"이라며 "임시선별검사소에 들어갈 인력과 장소에 드는 돈을 줄이자고 국민 개개인이 돈을 내는 자가검사키트를 확대하는 건 정부가 해야 할 방역 조치를 국민한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PCR 검사 감당 못하는 대유행 폭발·선별진료소 없는 오지라면 고려해볼만

그렇다면 자가검사키트는 언제 유용할까.

김우주 교수는 "선진국이 쓰니까 써야된다는 논리가 있는데 자가검사키트 방식은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서 PCR로 감당 못할 때, 이가 없으니까 잇몸으로 해야 하는 나라들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는 "식약처 권고를 보면 PCR을 받을 수 없을 때 보조적으로 쓰라고 했다"면서 "도서지역이나 이런 데면 모를까 한국은 미국처럼 한번 검사받으러 가려면 몇시간 걸리는 나라도 아니기 때문에 PCR을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이 어느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단검사를 수행하는 방역 당국은 보조적인 수단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결국엔 PCR 진단검사를 받아 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유천권 방대본 진단분석단장은 "조건부 허가된 제품은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능이 낮다는 단점도 있어 개인이 사용 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함을 전제로 제품 사용설명서를 숙지해 주의 깊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검사 대상자가 일정하고 주기적 검사가 가능하며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 관리가 가능한 영역에서 보조적 수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집단생활이나나 숙식을 하거나 고도 위험이 있는 사업장 같은 경우라면 잠재적인 위험을 판단해 선제적인 검사로 사용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먼저 그래도 PCR 검사를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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