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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 손대면 죽는다" 2칸 주차한 벤츠···협박죄 될까

입력 2021.04.20. 06:01 댓글 2개
화난 네티즌들, '협박죄 성립은 안 되나' 등 의견
판례 "단순 폭언, 해악 가할 것이라 보기 힘들어"
전문가들 "공포심을 줬는지 여부가 쟁점사항"
"실제 차주와 싸운 이 있다면 공포심 느낄 수도"
[서울=뉴시스]벤츠 차량 안에 놓인 협박성 메모. 2021.04.19. (사진=보배드림 캡쳐)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외제 승용차인 벤츠 1대를 차량 2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에 주차한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차주가 "제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라는 메모를 남겨 이를 협박죄로 처벌할수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법적으로 협박죄에는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판례 등에 비춰보면 협박죄는 고지한 해악이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을 정도의 것, 상당한 정도 이상의 구체적인 것일 때 성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통념상 자신의 차량 안에 이같은 메모 한장을 남겼다고 보는 이가 공포심을 느낀다고는 판단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손으로 잡아당기고 말싸움을 하면서 "입을 찢어 버릴라"라고 말한 것도 협박죄는 성립될 수 없다.

이 사건 재판부는 "피고인이 폭언하게 된 동기와 당시의 주위 사정 등에 비춰 단순히 감정적인 욕설이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피해자에게 해악을 가할 것을 고지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닌 상대방을 실제로 해악하려는 구체적 의지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1991년 대법원은 피고인이 접착제의 일종으로 연소성이 높은 고무놀을 온 몸에 바르고 가위와 송곳 등을 휘두르며 가족에게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을 치고 라이터에 불을 켜는 행위를 협박죄로 봤다.

재판부는 "협박 행위 내지 의사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런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주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피고인에게 실제로 신체 위해를 가하거나 불을 놓을 의사가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 이상의 행동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말린 점 등을 봤을 때 충분히 공포심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석한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 타인에게 해악을 전해 공포심을 줬는지 여부가 협박죄 성립의 주요 쟁점사항이라고 봤다.

벤츠 차주의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라는 말은 얼핏 협박으로 들릴 수 있지만, 특정인이 공포심을 느끼기에는 부족하고 실제 해악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대상이 특정된다고 하더라도 순간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진짜로 죽일 것이라고 겁을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률사무소 월인의 채다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협박죄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사건의 전후 사정을 따져보고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채 변호사는 "단순 사건 내용을 봤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에 방점이 있는 것이지 진짜로 상대를 죽일 것이라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며 "다수를 향해 건드리면 죽이겠다고 쓴 것은 사실상 주체가 특정되지 않아 공포심을 주기에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담벼락에 "쓰레기를 버리면 죽일거야"라고 다수를 향해 글을 쓴다고 실제로 '나를 죽이겠다'는 공포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채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이 어떤 전후 사정에 의해 발현된 것인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채 변호사는 "실제로 해당 차주와 싸웠던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다"며 "전후 상황을 보고 얼마나 무르익은 사건인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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