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승리다

입력 2021.04.18. 13:14 수정 2021.04.19. 08:27 댓글 0개
김홍신의 新인간시장 소설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쥔 문재인정부의

여러 실책을 보면서 국민은 책략가를

원하는 게 아니라 경세가를 원한다는 걸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아니, 정치인과

행정인들 모두 국민과 역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잔꾀로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내편에게 미움 받더라도 미래를

다져가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압승했고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참패했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야당은 정권심판을 했다고 여겼을 테고 여당은 국민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둘 다 틀렸다. 엄밀하게 분석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자 거대여당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국민 경고장이었다. 또한 야당은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오직 국민만 섬기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한방에 날려 보내겠다는 경고였다. 요약하면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승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2016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본질적 약점인 영남지역당, 기득권 정당, '꼰대당', 극우정당이란 이미지와 함께 불신을 받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인물이 뛰어났거나 정책이 좋았거나 지난 잘못을 진솔하게 반성하여 인정받고 승리한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 알 것이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의 성추문과 비리, 부동산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장기화 등이 참패의 원인이지만 근본원인은 바로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어쨌거나 정권심판론이 민주당의 조직력을 한판걸이로 이겼다. 민주당정권이 무너뜨린 정의, 공정 때문에 분노한 국민 덕에 야당은 반사이익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이번 승리가 다가올 대선에선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청년층과 중도층이 국민의힘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안정당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국민을 멸시한 오만과 독선에 빠진 여당을 차마 선택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시험 삼아 야당을 선택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국민을 섬기지 않았기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민주당이 참패한 것은 무능한 국정운영에 남 탓하기, 부동산정책 실패, LH사태, 청년실업, 집값폭등, 불평등 심화뿐만 아니라 조국사태, 추·윤 갈등 등에 성난 민심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24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급등으로 서민들과 젊은이들의 목을 졸랐고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폭탄에 시달렸다. 부동산으로 돈 벌 수 없게 하겠다고 장담했지만 공직자와 여당인사들이 투기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암울했다. 정부와 여당의 오만방자함을 열거하자면 석 달 열흘도 모자란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어찌 청와대와 집권당에게 들리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하기사 대통령감 하나 키워놓지 못한 야당을 보면서 어찌 여당이 거만해지지 않았겠는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5·18광주민주화운동 탄압에 대해 광주에 가서 무릎 꿇었고 전직 두 대통령의 유죄판결에 대해 사과했지만 당 지도부와 주류인사들은 제대로 된 반성을 하지 않았다. 압승했을 때 기뻐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승리를 자축할지언정 국민에게 먼저 정중하고 겸손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바른 길이다 국민의힘은 승리한 후 민주당 초선의원들보다 먼저 반성문을 발표하는 진지함을 보였어야 했다. 승자의 반성문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며 자신 때문에 승리한 듯 뻐기며 당을 비난하는 걸 보면 무릎 꿇고 사과한 것이 쇼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것을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한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쥔 문재인정부의 여러 실책을 보면서 국민은 책략가를 원하는 게 아니라 경세가를 원한다는 걸 김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 아니, 정치인과 행정인들 모두 국민과 역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걸 알아야 한다. 잔꾀로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내편에게 미움 받더라도 미래를 다져가는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경세가가 있다면 승리한 후 바로 '지난 시절 국가와 국민에 잘못한 것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앞으로는 오직 국민을 섬겨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당으로 거듭 나겠다. 우리당이 잘못하면 매섭게 꾸짖어 달라'고 했을 것이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이번 참패는 '야당 탓, 언론 탓, 국민 탓, 청년 탓으로 돌리는데 동의 할 수 없다.'고 반성하면서 참패 원인으로 첫째, 우리 당 공직자의 성비위가 문제였음에도 당헌, 당규를 개정해 후보자를 내고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가 없었다. 둘째, 조국 지키기와 추·윤 갈등에 대해 검찰개혁은 국민공감대를 잃었다. 오만과 독선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 국민에게 피로와 염증을 느끼게 했음에도 그것이 개혁적 태도라고 오판했다. 셋째, '청와대 인사원칙이 무너졌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친문 회전문인사'라며 대통령인사권의 실패에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기에 민주당이 바로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초선 5적으로 내몰리는 그들의 반성문은 이미 역사적 가치를 갖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진작 민주당의 별칭이 되어버린 '내로남불'과 '독단과 오만'에 대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항의하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1년 남짓 남았는데 열혈지지층이 있음에도 부정평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와 같은 민심의 움직임과 백신확보와 안전성의 신뢰가 깨지면 정권이 바뀐다는 가정이 성립될 수 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도 '우리가 잘해서 거둔 승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지역정당'이란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청년층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여당완패, 야당압승에 대해 공정, 정의, 평등의 가치가 무너져 반칙으로 큰돈 버는 모습에 분노가 치솟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보수화된 게 아니라 민주당을 '꼰대여당'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동안 청년층이 국민의힘을 꼰대야당으로 생각했다는 의미를 민주당은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물론 청년층이 대선에서 야당에게 표를 줄지는 알 수 없다는 화두를 던졌다.

민주당의 대표적 원로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쪽이 패배한 쪽을 보듬지 않은 것이 오만과 독선'이라며 지난 총선 이후의 민주당 행태를 비판했다. '조국, 추·윤 갈등에 대통령 결단력이 없었다. 특정 정파가 독점하면 망하는 정당이지 민주정당이 아니다.'라고 애정 가득한 충고를 했다. 정치판에선 싸우더라도 국민에게는 '섬김'만 실천하기 바란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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