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잔인한 달'이 아닌 따뜻한 봄이 오기를

입력 2021.04.14. 17:40 수정 2021.04.15. 20:01 댓글 0개
도철원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

'4월은 잔인한 달',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영국 시인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일부분이다.

그는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힘들어했던 이들의 마음을 모른 채 따뜻한 계절이 온 것이 야속하다는 의미로 표현을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아픔을 지닌 이들에게는 말 그대로 '4월은 잔인한 달 '일 뿐이다.

4월 16일은 꽃다운 아이들과 무고한 국민이 진도 앞바다에서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날이다.

벌써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에 가족들은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묻히고 사라지면서 그때의 아픔도 희석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속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제는 진도항으로 명칭이 바뀐 구 팽목항에 홀로 남은 우재 아빠부터 안산을 떠나 광주에 정착한 유민 아빠 등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4월은 언제나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공식적으론 단순 해양사고에 인재가 더해진 사고라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요청안'이 국회를 통과한지 120여일이 지난 14일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국민의힘에서 뒤늦게 위원 추천을 마무리하면서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 구성이 마무리됐다.

특검에서 그동안 의문 또는 논란으로 남았던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에는 여야가 제대로 협력을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이들이 더 이상 4월을 잔인한 달로 기억하지 않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누구도 달래줄 수 없지만 최소한 다른 의혹으로 고통받는 일은 없도록 해줘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5·18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다.

4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풀리지 않는 암매장 의혹 등을 비롯해 최소한 남아있는 이들에게 가족의 행방은 알려줘야 한다. 유가족들도 대부분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4월과 5월이 우리에게 아프고 잔인한 달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따뜻한 봄볕이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해에는 꼭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광주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에게도 하루빨리 따뜻한 봄날이 찾아왔으면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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