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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광주 주택 붕괴 사고, 허가·감독 없었던 '인재'
입력 2021.04.11. 14:32 댓글 2개허가 없이 리모델링 공사 벌인 것으로 드러나
동구, 조례상 '노후 건물' 점검·전수 조사 안 해
"노후한옥 보수 관련 자격·공사지침 보완해야"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4명이 숨지거나 다친 주택 개축(리모델링) 현장 내 붕괴 사고가 건축물 불균형·하중 쏠림 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감식 결과가 나왔다.
부실 공사 의혹과 함께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된 건물 골조를 바꾸는 큰 공사를 무허가로 진행하는 데도, 관할 구청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4일 오후 동구 계림동 내 노후 목조 단층 한옥 주택을 개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축물 붕괴 사고가 건축물 불균형·하중 불안정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지난 8일 합동 감식을 벌여 이 같은 1차 감식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리모델링 시공업체가 사고 직전 해당 주택의 기둥·지붕 구조물만 남겨놓은 채, 건축물 안정성과 연관된 보조철근 등을 철거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봤다. 낡은 구조물을 철제 'H'빔 등의 다른 건축 자재로 교체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을 지지하는 균형이 맞지 않았고, 지붕 기와·흙 등 자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경찰은 잠정 결론 내렸다.
또 건축법과 같은법 시행령 등이 규정한 대규모 주택 보수 행위인 '대수선'에 해당하는 공정이었지만, 관할구청의 안전 진단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건축법 14조(건축신고)와 건축법시행령 3조의2(대수선의 범위)에 따라 시공업체 또는 건축주는 연면적 200㎡ 미만·3층 미만 건축물의 기둥 구조를 변경하는 공사를 진행하기 앞서 동구에 신고서·구조 안전 확인서를 내야 한다.
해당 주택도 연면적 57㎡로 개축 공사 신고 대상에 해당하지만. 시공업체는 허가 없이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관할 행정청인 동구도 조례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동구는 지난해 11월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붕괴 사고 직전까지 관련 점검을 하지 않았다.
붕괴 참사가 난 주택은 1973년 사용 승인을 받은 '노후 건축물'에 해당하지만, 동구는 조례 제정 이후 4개월간 안전 점검도, 점검 대상 선정을 위한 전수조사도 하지 않았다.
무허가 공사였다고 해도 동구가 사전 확인을 통해 관련 절차를 고지하고, 지반·내진 설계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동구 관계자는 "건축 인·허가 부서에서 점검까지 하려다 보니 인력이 부족했다. 안전관리 담당 기관 증설을 요청한 상태다. 붕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전 안전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옥 보수공사가 일정한 자격·지침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건축한 지 수 십년이 지난 목조 건물은 균열·부식으로 붕괴 위험이 큰 만큼 ▲썩은 밑둥 보수 ▲지붕 기와·흙 하중 저감 작업 ▲안전 지지대 설치 등의 예비 공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구청 허가만 있으면 누구나 한옥 보수 공사를 할 수 있다. 학계에선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한 시공 주체가 예비 공사조차 없이 주택 개·보수 작업을 도맡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정광민 건축사는 "오래된 한옥 건물은 밑둥 부식 가능성이 커 붕괴 위험이 늘 있다. 한옥 보수공사 수요는 늘어가는데 공사 자격과 안전 지침은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보수 공사 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적정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건물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형주 조선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전문 인력·장비를 투입해 지역 실정에 맞도록 조례를 보강해야 한다. 촘촘하게 점검 대상을 골라 선정해 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소규모 단독 주택의 경우 점검 후순위로 밀려난다"며 "방문 점검이 어려운 경우 거주자가 자체 점검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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