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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에 쏠린 눈과 하자담보책임

입력 2021.04.01. 08:40 댓글 0개
백종한 부동산 전문가 칼럼 법학박사/미소백종한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요즘 부동산 문제로 세상이 참 힘들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적폐’의 근본적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엄혹한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대통령의 당부와 사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들린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부동산이 주는 의미와 무게가 지금처럼 큰 적이 있었나 싶다. 이 광풍이 진정되고,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안정적이고 평온하게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 이런 희망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상태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가 선결적으로 해결되어야 혼인과 출산, 양육과 교육으로 이어지고 결국 인구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분노는 접어두고 당사자 간 그리고 공인중개사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하는 하자담보책임에 대해 최근의 하급심 판결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9년 6월, ‘갑’과 ‘을’은 한 아파트를 ‘병’으로부터 매수하고, 같은해 8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그해 10월부터 매매계약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누수현상이 나타났고, 아래층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이에 ‘갑’ 등은 누수원인 탐지와 보수공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두달 뒤인 12월께 다시 누수가 발생했고, 2020년 1월, 아파트 욕실 전체를 재시공하는 보수공사와 아래층 세대에 대한 피해복구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갑’ 등은 “‘병’은 매도인으로서 민법 제580조와 제575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므로 누수로 발생한 손해인 하자보수비용 16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서 하자의 존부는 매매계약 성립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매매계약과 이행완료 시점이 상당 기간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이행완료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갑’ 등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매매계약 성립 또는 소유권 변동 당시를 기준으로 거래 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을 결여한 하자가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 아파트는 사용승인 이후 약 14년이 지났고, 건물 노후화에 따라 단지 내 다른 아파트에서도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건축물의 내부적 원인에 따른 누수는 그 특성상 내부의 배관이나 욕실 벽체 등에 누수 원인이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으면 바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아파트에서는 2018년 처음 누수가 발생했지만, 탐지 결과 그 원인으로 밝혀진 보일러를 교체한 이후 매매계약 당시까지는 물론 2019년 10월까지도 누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갑’ 등이 2차례나 아파트를 방문해 상태를확인했을 때도 누수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매매계약이 성립된 때로부터 4개월, 소유권 변동일로부터 2개월이 지난 시점에 누수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9년 10월 이후의 누수는 아파트의 노후화에 따라 그 무렵 누수 원인이 현실화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매매계약 당시 또는 소유권 변동 시 이미 누수 원인인 하자가 현실화해 존재하고 있다가 뒤늦게 발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에서의 분쟁 발생의 내용과 경과를 보면 하자의 존부 판단 시기 등 오래된 주택을 거래하는 경우 참고할 사안이 많다. 물론 분쟁의 사안마다 각 다른 쟁점들이 숨어있어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전제한다. 소송으로 진행되기 전에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분쟁을 종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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