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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치시장, 국산화로 종주국 위상 지키자
입력 2021.03.22. 14:47 수정 2021.03.22. 15:48 댓글 0개이달 초 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는 비위생적으로 김치를 제조하는 충격적인 영상 하나가 공개됐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큰 파장을 일으킨 영상에는 알몸으로 거대한 구덩이에 들어간 한 남성이 절임 배추를 휘젓는 모습과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녹슨 굴착기로 옮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논란이 일자 중국 당국은 한국에 수출되는 김치가 아니라는 해명을 했고 지난 19일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영상의 절임배추가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김치와는 연관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발표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해당 배추가 김치로 만들어질 경우 소비자가 쉽게 구별하기 어렵고 먹어봐야 구분될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5243만달러로 이 중 중국산 김치 수입액이 1억5242만달러를 차지한다. 또한 수입된 김치의 99%가 중국산이고 식당 10곳 중 8곳이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식당들은 국내산을 쓰고 싶어도 비용을 중국산보다 5~7배 더 내야 하기에 중국산 김치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 왔다. 시장도 값싼 가격을 원하는 수요로 형성됐기 때문에 이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김치 위생논란으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중국 김치냐"라고 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중국산 김치를 쓰는 식당을 아예 피하는등 불똥이 식당으로 튀고 있다. 식당에서는 국내산 김치로 바꾸자니 고객들의 가격 저항이 예상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김치가 우리 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며 시장 경제 뿐만 아니라 국격까지 흔들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파오차이가 ISO 국제표준규격을 획득(2020년)했다"면서 "한국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돼 이미 종주국의 명예는 유명무실해졌다"고 보도해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어 김치공정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중국의 김치공정 논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스스로 불러온 일로 자업자득과도 같다. 정부가 여러 각도를 통해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이미 세계화가 된 김치 시장에서 한국이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 근본적인 유통구조와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할 때다. 그동안의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중국산 김치로 85% 점령 당한 '단체 급식'과 '식당' 등에서 국내산 김치로 소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문제의 영상으로 국내산 김치마저 소비 위축이 되지 않도록 정부의 역할을 해야할 때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중국산 김치에 관한 국민들의 염려를 국산 제품의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으로 압도해야 할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이 일본 제품과 경쟁하던 우리나라 농축수산물은 높은 품질과 안전성,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 농산물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경쟁에서 밀리고 있던 국산 김치 제품에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1차 산업인 농업과 직결된 김치, 국내 소비만큼은 국산화로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 나가야 한다.
김치는 한국인의 혼(魂)인 동시에 삶이자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한국인의 문화다. 우리는 '문화의 힘'을 강조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탐내는 여러 나라로부터 우리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원조의 위상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함을 함께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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