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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들통 난 자들은 아마추어

입력 2021.03.21. 12:54 수정 2021.03.23. 08:02 댓글 0개
김홍신의 新인간시장 소설가

프로들은 거개가 들키지 않고 희희낙락하기 마련이다

LH 관련자인 듯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털어봐야 다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며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과 국회의원이 해먹은 게 우리 회사 꼰대들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사람이 자신은 자격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을 속여서 그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느끼는 불안심리를 가면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 가면이 벗겨져 정체가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누가 가면증후군 가슴앓이를 하고 있을까? 열거할 이름이 너무 많다는 걸 국민들은 알고 있다. 권력자들과 정보력, 차명재산의 귀재들 때문에 가면증후군은 이미 풍토병이 되었는지 모른다. 투표할 때까지는 국민이 주인인데 투표가 끝나면 국민이 노예로 전락하는 게 풍토병으로 정착된 것처럼 말이다.

최고 정치지도자가 대국민 사과를 자주 하는 나라는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결국 우리 대통령은 LH사태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우리 정부는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혁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들이 많다"고 사과했다.

정말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큰 허탈감과 실망을 안겨준 건 문재인정권의 실패가 분명하다. 신도시 투기광풍은 가면 쓴 자들이 세상을 속이려다가 들킨 사건이다. 갖가지 개발을 하면서 직무상 비밀을 쥔 자들이 얼마나 많이 배터지게 해먹었는지 지난 역사가 증명하지 않았는가.

이번 LH사태로 들통 난 자들은 아마추어들이다. 프로들은 거개가 들키지 않고 희희낙락하기 마련이다. LH 관련자인 듯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털어봐야 다 차명으로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며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 정치인과 국회의원이 해먹은 게 우리 회사 꼰대들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를 요구해 투기하는 걸 몇 번 봤다'고까지 했다.

사건을 추적하면서 거의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LH투기의혹은 진작에 내부에서 고발되었음에도 자체 감사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에 국민들이 어찌 분노하지 않겠는가. 3기 신도시 보상을 준비하는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토지 조사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소유 5만여 필지 중 27% 정도의 땅 소유주가 서울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이 신내림을 받아서 개발예정지나 주변 토지를 샀을까? 귀신같은 정보내림을 받았을 거라는 게 상식이다.

2·4공급대책은 2025년까지 수도권에 6개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난을 해결하고 무주택자나 청년층에게 주택을 보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런데 LH투기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LH임직원과 국회의원, 지방 유력인사들이 신도시 예정지를 차지했다는 게 밝혀졌다.

합동특별수사본부가 수사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은 수사전문성을 가진 검찰을 시늉으로만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과거지사지만 제1기 신도시건설 때 987명의 투기사범을 구속했고 제2기 역시 455명이 구속됐다. 그때 다수의 공직자가 연루되었기에 이번 제3기 신도시 투기에 자기 이름은 물론이고 친인척 이름으로 투기한 권력자들이 드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는 걸려들고 용빼는 재주꾼들은 곳간 채울 궁리만 하고 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되었다.

집값을 잡겠다며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영혼까지 끌어 모을 수밖에 없는' 청년층과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서민들을 좌절하게 했다. LH임직원들과 정보이익을 탐닉한 자들은 2018년부터 미리 해당 토지를 사 모았으니 누군가 귀띔하지 않았을 리 없다.

열거하기 싫지만 공직자와 주변 인물들의 신내림 투기 상황을 살펴보면 첫째, 미공개된 개발 정보를 이용하여 미리 토지를 구입했거나 차명으로 매입했다. 둘째, 개발제한구역이나 도로가 없는 맹지 또는 개발예정지 주변 토지를 구매했다. 셋째, 가족이나 지인들과 지분 쪼개기를 해서 땅값 상승 때 절세 효과까지 계산했다. 넷째, 보상비용을 최대한 높게 받기 위해 속성으로 자리를 왕버들 등을 촘촘히 심거나 비닐하우스나 건축비용이 싼 '벌집'을 지어 놓았다. 다섯째, 제방 같은 토지가치가 높은 토지와 개발지역 진입로 등을 구입했다고 한다. 전문가 뺨치는 수법으로 집장만이 소원인 서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셈이다. 광명, 시흥신도시 예정지는 물론이고 경기 과천, 하남, 고양, 남양주, 인천 계양지구를 넘어 세종시 일원까지 투기꾼들이 점령군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정부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수사에 착수했고 자수를 유도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다. 다가올 4월 보궐선거를 의식했을 수 있다는 의심과 불신을 걷어내지 못하면 레임덕이 생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 대통령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지만 엄포에 그칠지 모른다. 투기꾼들을 색출하여 썩은 근원을 없애지 않으면 청년들이 '영혼까지 털렸다'고 자탄하고 서민들이 '한이 쌓였다'고 분노하고 집 한 채뿐인 사람들이 세금 걱정에 밤잠 설치는 양극화의 비극이 머잖아 폭발할지 모른다. 여태껏 유능한 검사와 수사관을 대거 투입하는 합동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신속하게 수사하지 않은 것 또한 의혹의 꼬리표를 붙였다.

내부거래자나 정보소유자들이 부동산 개발에서만 이익을 창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전체와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직자와 공기업 고위인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 차명거래뿐 아니라 거래대금 출처까지 추적하여 대한민국이 청정국가가 되는 지름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깨끗한 미래를 위해 이번 LH사태는 좋은 가르침을 주었는지 모른다.

LH보다 더 고급정보를 이용한 자들과 들키지 않고 교묘한 술수로 재산을 불리고 출세한 자들에게 매섭게 경각심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공정사회로 가는 디딤돌로 삼을 기회를 얻은 것 같다. LH에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과 신도시택지 독점개발권 등 3대 특권을 준 것을 반성해본다면 권력도 절대적 권한을 가지면 반드시 국민으로부터 권력투기꾼 소리를 듣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신도시개발과 공공개발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무주택자와 청년층에게 보금자리를 공급하는 정부의 약속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망국적 부동산정책이 되었지만 오직 국민만을 위한 부동산정책을 펼쳐 국민 모두가 세금걱정 하지 않으며 잠들 수 있게 할 엄중한 책임이 문재인 정권에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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