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입안에 고이는 침

입력 2021.03.18. 14:09 수정 2021.03.18. 20:01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몸의 건강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혈액검사입니다. 그런데, 혈액 채취를 위해 주사로 혈관을 찌를 때 느끼는 두려움과 통증은 검사를 주저하게 하고 또 한번에 채취할 수 있는 양도 제한되어 혈액검사는 매번 불편한 검사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타액으로 여러 가지 질환을 예측하고 검사하는 간단한 방법들이 새롭게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입안에 유해세균이 많아지거나 타액의 성분이 변화하면 뇌질환이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그리고 당뇨와 같은 소모성 질환 등 전신질환을 발병시킬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따라서, 타액을 채취하여 타액의 성상이나 구강내 유해세균을 확인하고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은 현재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미래에 발병 가능한 질환을 미리 예측하여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타액 즉 침은 구강내 침샘에서 분비되는 소화액으로서 정상적인 성인에서는 하루에 1리터정도가 분비가 됩니다. 침의 분비나 성분은 기후나 음식섭취, 나이와 성별, 신체활동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침에는 소화효소가 포함되어 음식이 잘 소화되도록 도와주고 음식을 부드럽게 삼킬 수 있도록 윤활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소화가 잘 안되고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침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침은 입 안으로 들어오는 감염 물질에 대한 면역 항균작용과 혈액응고 및 상처치유 기능도 있습니다. 모기가 물리거나 상처가 나면 침을 바르면 가려움이 가라앉거나 상처부위의 피가 멈추는것도 침의 보호 기능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침에 관한 표현들을 잘 살펴보면 침의 역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군침이 돈다'라는 말은 식욕이 생기거나 또는 뭔가가 탐이 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어떤 기대와 욕구가 생길 때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몸이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의욕이 많은 사람들은 침 분비가 활발합니다. 주변에서 대화를 할 때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은 좋고 나쁨을 떠나 뭔가에 열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라는 말처럼 거짓말이나 긴장 또는 갈등상황에서는 침이 마르고 입안이 건조하게 됩니다. 거짓말 탐지기가 없던 옛날에는 범죄용의자에게 생쌀을 씹어 뱉게 하고 그 침의 양을 보고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가렸다고 합니다. 아주 경미한 감기기운만 있어도 입안에 마르고 목이 아프듯이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면역이 떨어질 때도 침이 바짝 마릅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입속의 침은 쇠와 미음, 옥과 단술과 같은 금장옥례(金漿玉醴)라 할수 있을 정도로 소중하므로 침을 땅에 뱉지 않는 습성을 지녀야 하고 자주 삼키는 습관을 들이면 사람의 정기가 몸속에 보존되어 장수에 가까워지고 얼굴에 광택이 생긴다' 라고 씌여있습니다. 이처럼 침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고 더 나아가 정신건강과도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입안에 침이 잘 돌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봄 기운이 만연하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아직도 쌀쌀한 환절기입니다. 입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한 건강관리가 필요합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입안에 침이 고이도록, 새봄 새학기를 의욕과 열정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해 봅니다.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