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그래미' 불발됐지만..."철옹성은 균열"
입력 2021.03.15. 08:04 댓글 0개시상자→합동공연 퍼포머→후보·단독공연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도전이 잠시 쉬어간다.
15일(한국시간) 진행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의 사전 시상식 '프리미어 세리머니'(Premiere Ceremony)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수상이 불발됐다.
하지만 '후보 지명'만으로 큰 의미를 거뒀다는 평가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에 한국 대중가수가 후보로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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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후보들과 경합으로 존재감 확인방탄소년단은 작년 미국 빌보드 메인싱글차트 '핫100'에서 3차례 정상에 오른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올랐다.
이날 해당 부문은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가 받았다. 이 곡은 '다이너마이트'의 강력한 상대였다. 가가가 지난해 5월 발매한 정규 6집 '크로마티카(Chromatica)' 수록곡이다.
현존 최고의 팝스타들로 꼽히는 가가와 그란데가 호흡을 맞춰 크게 주목 받았다.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로 데뷔했다. 2020년 빌보드 스태프가 꼽은 최고의 노래에 선정되기도 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은 후보들이 쟁쟁했던 분야다. 테일러 스위프트·본 이베어의 '엑사일', 저스틴 비버·퀘이보의 '인텐션스',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언 디아'도 경합했다.
2012년부터 시상한 이 부문에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건 최초였다. 보이그룹이 후보에 지명된 것도 2차례 밖에 없다. 2019년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2020년 조나스 브라더스다. 미국 톱 그룹인 두 팀도 고배를 마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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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그래미서 차곡차곡 성과앞서 방탄소년단은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했다. 이날 '그래미 어워즈' 수상을 노리며 '그랜드 슬램'에 도전했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매년 차곡차곡 '그래미 어워즈'에서 진전된 성과를 거둬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그래미에 대한 열망을 처음 품은 건 연습생 시절이다. 2009년 2월 '제5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티아이(T.I.), 릴 웨인(Lil Wayne), 엠아이에이(M.I.A)., 제이지(Jay Z)가 함께 '스웨거 라이크 어스(Swagger Like Us)'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나서다.
RM은 지난해 11월 발매란 새 앨범 'BE(Deluxe Edition)'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티아이, 제이지, 엠아에이가 수트를 입어 무대를 했는데 흑백 영상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멋있게 무대를 하는 걸 계속 돌려 봤어요. 그리고 그래미를 둘러싼 수많은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왜 세계 팝아티스트들이 미국 시상식인 그래미를 꿈꾸는 건 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죠. 제가 봤던 그래미 무대 중 세 손가락에 꼽힌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 시기에 들은 음악이 깊은 인상에 남는다는 그는 "성장기에 큰 발자국을 남긴 만큼 이후 그래미를 막연하게 꿈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지난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와 마침내 직접적인 인연을 맺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당시 'R&B 앨범' 부문을 시상하러 무대에 올랐다.
아울러 2018년 5월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 패키지를 디자인한 허스키 폭스가 당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힙합, 아시아 가수들에게 인색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그래미어워즈가 철옹성을 깨나가고 있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시혁 의장은 지난 2019년 그래미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레코딩아카데미 회원이 되기도 했다.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고, 작년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올해는 수상자 후보인 동시에 퍼포머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래미 수상에 한 걸음 다가왔다는 증거다. 슈가는 시상 결과 이후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올해 더 열심히 달립시다"라고 썼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되는 본 시상식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단독 무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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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그래미, 조금씩 균열…다양성 화두아티스트, 작사가, 제작자 등이 속한 음악 전문가 단체인 미국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NARAS)가 1959년부터 주최해온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에서 최고 귄위를 인정 받는다.
미국이 팝의 본고장인 만큼 세계 대중음악계 시상식의 성지로도 통한다. 축음기의 모양을 딴 트로피가 상징이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는 수상했다.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서는 '그래미 어워즈' 수상만 남았다.
그래미 어워즈가 음악적으로 권위를 인정 받는 건, 음악성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빌보드 차트가 기반이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는 대중 투표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미 어워즈는 음반 판매량과 음원차트 순위를 따지기 보다 음반과 곡의 완성도에 집중한다. 특히 음악가가 동료 음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에 따라 많은 음악가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철옹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화적 사각지대'를 드러나며 여전히 한방향으로 매몰돼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왔다. 보수적인 미국 대중음악계 '최후의 보루'처럼 여겨졌다.
전통적으로 백인이 주류가 아닌 음악에 인색했다. 힙합 등 흑인 음악을 홀대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백인이 아닌 음악가는 R&B 또는 랩 등 다른 장르 카테고리로 치부돼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재작년에 철저하게 배제당한 힙합 가수 제이지, 과거 제이지의 아내인 비욘세가 '레모네이드'라는 수작 앨범을 만들었음에도 '제59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아델에 밀려 주요상을 휩쓸 지 못했던 상황 등이 예다.
재작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미국의 래퍼 겸 프로듀서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주요상 2개를 몰아주며 이런 인식에 균열이 생기기는 했다. 비욘세는 '블랙 퍼레이드(Black Parade)'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등 주요 2개 부문 포함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시대적 화두인 다양성에 그래미 어워즈의 철옹성도 깨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뮤지션을 아직 외면하는 인상이 짙다. 캐나다 출신의 R&B 솔 팝스타 더 위켄드가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후보로 지명되지 못한 '이변'이 예다.
실제 위켄드는 지난해 초 발매한 정규 4집 '애프터 아워스'와 수록곡 '블라인딩 라이츠' 등으로 올해 차트를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해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지난달 출연했다. 그럼에도 위켄드는 그래미 4대 본상은 물론 R&B 등 세부 장르의 어느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레코드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채, 대중적인 인기만 보고 표를 던지는 것에 주저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그래미 어워즈'에서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Best Classical Instrumental Solo)' 상을 받았다.
앞서 그래미 어워즈 클래식 부문에선 한국인 수상자가 나왔다. 지난 1993년 소프라노 조수미가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을 받았다. 음반 엔지니어 황병준 사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2012년 클래식 부문 최우수 녹음기술, 2016년 베스트 합창 퍼포먼스 부문 등 두 차례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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