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단체교섭권 입법 없는 가맹점주 보호는 공허한 메아리다

입력 2017.10.10. 08:51 수정 2017.10.11. 08:13 댓글 0개
윤형주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송훈)

일본 여행을 다녀보면 한국과 일본 편의점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서비스의 질부터 다르다. 5만 6천 개가 넘는 일본 편의점은 평균면적이 40평을 상회하며, 주차장, 화장실, 업무공간까지 제공해 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기에 프랜차이즈마다, 지역 편의점마다 특색 있는 상품을 구비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상품까지 제공하니 우리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왜 이렇게 다를까? 필자는 일본의 법제에 주목한다. 표준화된 영업 절차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일본의 편의점에서는 가맹점이 단독적인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일본법은 편의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의 관계를 독립적 사업자 간의 수평적 사업 파트너라기보다는 수직적 노사 관계로 본다. 이것은 ‘타인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얻는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노동법의 대원칙이 관철된 것으로 가맹점주의 ‘노동자성’(‘勤勞者’는 사측의 입장을 반영하는 용어이므로 ‘勞動者’를 쓰기로 한다)을 인정하는 점이 우리 법제와 일본 법제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다.

당연한 수순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일본의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노동법을 적용 받게 된다. 노동법을 적용 받는 가맹점주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가맹본부를 상대로 단체교섭권을 갖는다. 실제 일본의 한 현에서는 편의점 가맹점주 협의회의 단체교섭을 거절한 가맹본부에 단체교섭에 응할 것을 명하는 판결이 있기도 했다. 이렇듯 편의점 가맹점주에게 노동법상의 권리가 폭넓게 보장되다보니 가맹본부가 감히 갑질 할 형편이 못된다. 그랬다가는 가맹점주의 즉각적인 반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소비자는 더 나은 가격과 서비스로 보상 받게 된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도 편의점 수가 4만 개에 육박하고 있다. 한 점포당 인구수로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 하지만 양적팽창에 비해 관련법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탓에 가맹본부의 갑질을 제재하지 못해 점주가 자살하는 비극적 현실에 맞닥뜨리고 있다. 현실이 이러다 보니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수를 늘려 기본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양적팽창에만 몰두할 뿐, 물류시스템의 개선이나 특색 있는 양질의 상품 출시 등 질적 성장은 등한시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편의점들은 각 프랜차이즈만의 특색을 찾기 어렵고, 매장 평균 크기는 일본의 절반인데다가 가격에 비해 제품의 질 또한 형편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편의점도 일본과 형편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본사로부터 물건을 들여와야 하고, 본사의 판촉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본사가 요청하는 매장기준과 복장 등을 준수해야 한다. 우리나라 편의점 역시 일본 편의점처럼 가맹점이 단독적인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처럼 우리나라 편의점 가맹점주도 ‘노동자성’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우리 법은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인식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업자로 인식해 가맹점주와 가맹본부를 수평적인 사업 파트너 관계로 설정해 놓아 문제를 키우고 있다.

이는 단지 편의점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적인 문제이다. 그간 가맹점주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가맹점주의 가맹본부에 대한 협상능력이 극도로 제한되다 보니, 가맹본부가 과다한 인테리어비용 청구, 필수납품목록의 과다지정, 불합리한 점포간 거리규정 설정, 무리한 마케팅비의 분담 강제 등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올리더라도 가맹점주로서는 마땅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가맹점주의 고통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가맹점주의 하소연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도 ‘가맹사업법’ 규정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가맹점 사업자 단체’를 결성할 수 있고, 가맹본부와 거래조건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문제는 단체교섭권을 보장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맹점 사업자 단체가 가맹본부에 거래조건에 대해 단체교섭을 신청했다 하더라도 가맹본부가 이를 거부하면 그만이다. 이는 ‘노동조합법’이 노동조합이 요구한 단체교섭을 사측이 거부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형벌적 제재수단을 명시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최근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위가 칼을 빼들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의 ‘노동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에서 대폭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신 이제는 노동조합법과 마찬가지로 가맹사업법에도 최소한 단체교섭권이 확실히 보장하는 입법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법적 보호 장치 없는 그 어떤 가맹점 보호 목소리도 결국에는 공허해질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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