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일회용 없이도 얼마든지···광주 첫 제로웨이스트샵

입력 2020.12.03. 17:34 수정 2020.12.07. 10:40 댓글 1개
‘송정마을 카페이공’에 위치한 ‘한걸음가게’
쓰레기 ‘0’ 아닌 줄이기·정확히 버리기 ‘목표’
광주·전남 각지서 한달반 만에 2천여명 방문
인식 변화 꿈꿔…자원순환 실험의 장 역할도
광산구 송정이공 카페 안에 제로웨이스트 팝업스토어 '한걸음가게'가 마련됐다.

"일회용품 없는 일상이 가능할까?"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줄일 수 있다'고 단언한다는 이들이 있다.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을 사용하고, 불필요한 포장을 없애 '정확히' 버리고 재활용 한다면 말이다. 이를 위해 껍데기는 없고 알맹이만 파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팝업스토어(임시매장) '한걸음가게'가 지난 10월 송정마을 카페이공 안에 문을 열였다. 운영 한 달 반 만에 2천200여 명이 다녀갔다.

김지현 유어스텝 대표 모습.

◆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있는 곳

불필요한 포장을 없애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한걸음가게'는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 근처인 '송정마을 카페이공' 안에 있다. 한걸음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다. 쓰레기에 대한 작은 인식 전환을 꾀한다.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물건을 판매하고, '잘' 버리기 위한 자원순환에 대해 고민한다. 개인의 한걸음, 한걸음 작지만 단단한 실천들이 모여 전환의 길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은 천연수세미,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다회용빨대, 면화장솜, 천연세제 등 일회용이 아닌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고 환경 오염과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50여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걸음가게는 대나무칫솔, 다회용빨대, 고체치약 등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고,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품 50여종을 만나볼 수 있다.

◆제대로 '잘' 버리는 법에 대한 고민

종이가방 643개, 종이팩 2천135개. 작은PP플라스틱 3796g, 유리병 136개, 신발끈 112개, 실리콘 153개.

한걸음가게 한편에 운영 중인 '우리동네 회수센터'에 지난 한 달 반 동안 모인 것들이다. 183명이 참여한 이곳은 자원순환을 고민하는 작은 실험의 장 역할도 겸하고 있다.

우리동네 회수센터에는 알록달록 병뚜껑, 종이가방, 투명 유리병, 종이팩 등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광주와 전남 순천, 담양 등 각지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씻고 말린 재활용품을 한아름 들고 이곳을 찾는다.

작은 병뚜껑, 종이가 아니지만 종이라고 착각하는 종이팩(우유팩), 작은 실리콘 등 재활용선별장 등에서도 쉽게 누락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버려져 재활용될 수 없는 것들을 잘 버리기 위해 모은다. 종이가방은 송정5일시장에서 검정비닐봉투 대신 사용되고 신발끈은 주머니 끈으로, 종이팩은 화장지로 다시 태어난다. 아울러 이곳에서는 자원순환 워크숍과 제로웨이스트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광산구 송정마을 카페이공 안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한걸음가게'

◆"불편해요. 그럼에도 괜찮아요."

한걸음가게는 김지현 유어스텝 대표(35)가 시작했다. 지난 5일까지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된 한걸음가게는 카페이공에서 이어간다.

김 대표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만만함, '나도 해야겠다'는 변화의 씨앗을 심고 싶었다"며 "학교, 관공서 등에서 단체 방문을 하는 등 관심을 많이 보였다. 사람들의 환경 인식 변화를 체감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를 줄이고, 빨아 쓰고 말려 쓰는 일은 불편하다"면서도 "쓰지 않는 화장품 샘플이나 식당 물티슈를 거절하고, 산책 중 쓰레기를 줍는 행동들만으로도 큰 실천이라고 본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고 전했다.

카페이공은 한걸음가게 운영을 이어감과 동시에 카페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는 친환경 소재 일회용컵을 사용하지만 내년에는 '테이크아웃'을 '아웃'시키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꿈꾼다.

이세형 협동조합 이공 이사(40)는 "어려운 길이겠지만 가보려고 한다"며 "카페뿐 아니라 유어스텝과 함께 송정5일시장 봉다리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다리다이어트란 장바구니 사용은 늘었지만 여전히 장바구니 안에는 검정비닐봉투를 많이 사용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것으로, 비닐봉투 대신 채소주머니·용기 등을 사용하는 캠페인이다. 시장 상인도, 시장 손님도 언제든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서로를 반길 수 있는 세상을 향한 당찬 발걸음이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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