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침수된 차인지 모르고 중고차를 구입 했다면

입력 2020.09.08. 14:48 수정 2020.09.08. 20:05 댓글 0개
박생환 법조칼럼 변호사
박생환 변호사 (박생환 법률 사무소)

올해 기록적인 폭우와 유례가 없는 긴 장마로 온 나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급격히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해 인명피해도 있었지만 차량을 제때 이동시키지 못한 침수피해도 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여름에만 4천400여대의 침수피해신고가 접수되었고 손해보험협회에서는 피해금액을 약 7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차량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럴 때 중고차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차량의 침수피해여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침수피해를 입었더라도 외관을 정비하고 세척하는 경우에 침수여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처럼 큰 맘 먹고 산 차량이 침수 경험이 있는 차량이라면 큰 낭패다.

그렇다면 침수차인지 모르고 구입했다가 나중에 알게된 경우 구제방법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우선 침수차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 보험회사에서 전손처리가 가능하다. 이 경우 보험처리이력에 침수로 인한 전손처리 기록이 남는데,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보험개발원이 제공하는 카히스토리 침수전손사고조회 서비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원칙적으로 보험사에서는 전손처리한 침수차량은 폐차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폐차 하지 않고 중고매매상에게 넘기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침수로 전손처리된 차량인지 모르고 중고차로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으니 반드시 카히스토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문제는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차량이다. 만일 침수차량이 자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거나 전손처리하지 않고 자비로 수리한 경우에는 카히스토리를 봐도 알 수가 없다. 카히스토리에 전산이력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중고차 매매상이 제공하는 중고차성능기록부를 확인해야 한다.

중고차판매업자가 차량을 판매하는 경우 반드시 중고차성능기록부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 때 성능기록부에는 차량의 침수여부 및 수리내역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침수 여부 확인이 가능하다. 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에는 자동차관리법위반으로 형사처벌대상이 되므로 허위기재로 인한 피해의 경우 사법기관에 고소해 구제받는 길이 열려 있다.

마지막으로 계약체결시 특약사항을 작성하는 방법이다. 중고차를 사는 경우 일반적으로 미리 기재된 약관 형식으로 간략하게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도 다음과 같이 특약사항을 한 줄 삽입한다면 나중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 유용하게 쓸 카드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판매자가 알려주지 않은 침수사고 또는 알지 못했던 침수사고가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 판매자는 차량가액 전액을 환불한다"는 식으로 손해배상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다.

침수차 관련 법적 분쟁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방법원 판결문 등을 살펴보면 침수여부를 고지하지 않은 중고차 업자에게 매매대금 전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라는 판결도 있다. 법원에서 이렇게 침수차에 대해 손해배상판결을 내리는 이유는 차량의 침수여부는 차량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중요한 사항이고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계약상 중요부분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9조에 따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침수된 차량을 정상 차량처럼 파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침수된 차량을 마치 정상차량인 것처럼 판매한 경우 정상가격과 침수차량 판매가격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편취한 것이라 보아 사기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중고차 판매에서 차량의 침수여부는 계약체결의 성립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다양한 거래관계에서 법적으로 완벽한 계약은 없다. 손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럼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면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유례 없는 긴 장마와 국지성 호우 등 기후 변화가 일상이 된 세상에서 법률가의 도움을 받아 이상 기후를 대비하는 것도 삶의 지혜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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