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가정 폭력 초기대응과 법률대응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입력 2020.08.11. 11:09 수정 2020.08.11. 20:10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이광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조선희 변호사(이광원 법률사무소)

최근 이혼 사건을 맡다 보면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행되어온 가정폭력과 아동학대가 심화 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직업상 다양한 가정폭력 사례를 접했으면서도 매번 가정 폭력은 충격으로 다가 온다. 광주에 거주하는 A씨는 20여년을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친정가족과 친구들한테도 쉬쉬하다 필자에게 털어 놓았다.

A씨의 비극은 5년 전 친구가 남편의 불륜현장을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7살짜리 막내딸 처지를 고민하다 차마 이혼까지는 결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고민은 깊어졌고 가끔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번민의 날을 지샜다고 한다. 밤에 잠을 못자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그럭 저럭 견딜만했다고 한다.

그런 A씨는 남편이 5년 전 불륜상대와 계속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끝내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 결심의 배경에는 남편의 폭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신이 써온 일기장 6권을 내밀었다.

남편은 불륜을 덮기 위해 혼인초기부터 수시로 A씨를 폭행하고 자녀들 앞에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일기장에는 자녀들을 때리고 정서적으로 학대한 정황도 빼곡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너무 비참해서 "죽고 싶다"는 말이 수없이 반복돼 있었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20여년간 폭력과 폭언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버틴 것이다. A씨의 사정은 보통 우리나라 가정 폭력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우다. 그러나 가정을 지키기는 커녕 자신은 물론 어린자녀들까지 불안 증세를 보여 필자를 찾은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가정폭력의 범위는 넓다. 먼저 가정폭력의 일반적인 형태는 신체적 폭행이다. 신체적 폭행은 물리적인 힘이나 어떤 물체를 이용해 상대방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신체를 직접 때리는 것부터 상대를 향해 물체를 던지는 것들 모두가 해당한다.

정서적인 학대도 문제다. 보통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자가 본인에 비해 지위가 낮은 아내, 자녀들에게 정서적 학대를 가하는 경우다. 실제로 A씨처럼 전업주부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있지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되어 있고 스스로 자립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점을 노리고 남편은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배우자와 자녀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했다면 이는 정서적 학대로 봐야 한다.

가정폭력은 재범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정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따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객관적인 증거가 남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내에서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자녀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증세,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을 함께 겪게 된다. 그래서 피해당사자 본인은 물론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가정폭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 A씨처럼 가정을 지키겠다고 참다가 상습폭행에 노출된 사례를 보면 초기 대응 미숙이 불러온 화가 대부분이다. A씨 남편은 자기의 불륜을 감추기 위해 가족 전체를 희생 시킨 경우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결혼초기부터 자신의 가정에서 어떤 사소한 폭력이나 폭언도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늦었더라도 만일 현재 배우자나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면 법률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이혼소장을 접수함과 동시에 '접근금지 신청'을 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한편으로 가정폭력으로 처벌받을 정도의 사안이라면, 형사고소를 하면서 '긴급 임시 조치 또는 임시 조치'를 통해 신속히 접근금지를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기에 처한 가정에서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 아동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이 탈출구를 찾을 수 있도록 가까운 사람들과 사회단체의 연대와 지지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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