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결혼 전 부부재산 약정 100세 시대를 사는 지혜다

입력 2017.08.20. 13:59 수정 2017.08.22. 14:39 댓글 0개
오광표 법조칼럼 법률사무소 미래/변호사

요즘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재산관리도 각자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재산으로 인한 부부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 가정은 부부재산 문제를 덮어두다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뒤에야 해결하려 든다. 그때는 이미 늦다. 그렇다면 부부간 재산 갈등 어떻게 푸는 것이 현명할까.

현재 부부재산에 관한 규정은 두 가지로 부부재산계약과 별산제다. 부부재산계약이란 결혼을 앞둔 남녀가 결혼 후 재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이혼할 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을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이다. 이에 반해 별산제란 명의를 가진 사람이 소유권자이고 명의가 없는 사람은 재산권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결혼 생활자 대부분은 재산약정 없이 결혼하므로 별산제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아는 지인은 “얼마 전에 옷 한벌 사 입지 않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남편의 주유소 일을 도왔던 부인이 거의 무일푼 상태에서 이혼당하는 것을 봤다면서 남편은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이미 다 빼돌린 상태였다”고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이 말을 듣고 부부재산계약과 공동명의를 이용하라고 당부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부부재산계약에는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가. 부부 재산계약은 부부 사이에 앞으로 취득하는 재산에 대해 반반으로 하자는 것에서부터 사흘 연속 외박했을 때 용돈 10%를 삭감한다는 등의 세세한 내용까지 담을 수 있다. 그러나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인 남녀평등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내용은 담을 수 없다. 부부 생활의 사회적 통념을 넘은 행위까지를 보호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부부재산계약은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효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럴려면 우선은 예비부부가 결혼 전에 서로 약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혼인신고 전에 등기신청을 마쳐야 한다. 부부재산계약에 대해 등기를 하면 당사자들이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 변경을 원할 때는 법원에 정당한 사유를 말하고 변경신청을 해야만 한다.

부부별산제는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결혼생활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의 재산으로 인정한다. 다만 상대방이 일부 대가를 부담하거나 적극적인 재산증식의 노력을 한 경우, 누구의 소유에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은 공동재산으로 본다. 생활비용도 누가 부담할지 정하지 않았을 때는 부부가 함께 부담한다. 부부 별산제의 핵심은 부부 중 일방이 사업상 진 빚이나 부부 일방이 낭비해 진 빚은 갚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결혼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부부들은 별산제를 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재산 대부분이 주로 남편 명의로 돼 있다는 것이다.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가사노동을 30%정도만 인정받고 있는 실정이니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별산제의 맹점으로 이혼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명의자가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재산 대부분을 남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성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별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부부가 재산을 공동명의로 등기하거나 공동 관리를 원칙으로 하는 ‘부부공동재산제’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부공동재산제를 입법화한다고 해서 실제 부부생활에서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경제권을 남편이 가진 경우가 많고, 부부간에도 결혼 중에는 재산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하는 문화 때문이다.

결국 부부재산 갈등을 미리 막으려면 결혼 전이나 신혼 초에 부부재산문제를 부부 사이에 기분 좋게 정리해 놓는 것이다. 특히 전업가정주부일 경우 결혼생활 중 자신의 가사와 육아에 대한 정당한 노력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약정해야 한다. 100세 시대를 사는 마당에 결혼 생활도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사별후 지내야할 기나긴 생활을 생각해서라도 부부간 재산을 파악해 갈등을 미리 막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부부재산문제와 관련해서 서울여성의 전화(womanrights.org)와 가정법률상담소(www.lawhome.or.kr)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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