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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성 8차 사건 K씨의 억울한 옥살이 돈으로 해결되나
입력 2019.11.26. 09:49 수정 2019.11.26. 11:04 댓글 0개30여년전 경기도 화성에서 연속해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범이 새롭게 나타나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동기는? 공범은 있는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등 의문투성이 상태로 오랜 세월 묻혀 있다 이춘재가 8차사건의 범인이 자신이라고 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K씨는 유죄판결을 받고 이미 20여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다"면서 "강압적 수사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다"고 주장한다. 수사과정에서 "강압적인 수사가 행해졌고 법정에서 자신의 억울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폭로 했다.
그는 정말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였을까. 아직까지는 누가 범인인지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춘재의 자백, DNA검사결과, K씨의 억울한 옥살이라는 주장. 이 세가지 사실이 있을 뿐이다. 우리 형사사법 체계는 판결 선고가 있고 판결이 확정되면 어지간해서는 뒤집히지 않도록 돼 있다. 확정판결을 뒤집는 제도로 '재심'이 있지만 엄격한 요건하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확정판결을 바꿀수 있게 설계돼 있다.
판결확정 이전에는 무죄임이 추정되지만 판결이 끝난 상태서 자신이 죄가 없음을 입증하려면 본인이 해야 하고 그 입증방법도 제한돼 있다. DNA검사, 자신이 범인이라는 자백 등의 사실로 미루어 보아 억울한 옥살이라는 심증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확정된 판결을 뒤집음으로써 발생되는 또다른 문제가 꼬리를 물고 등장하기에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판결을 뒤집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필자는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 피해자인 고소인의 대리인으로서 경찰, 검찰의 수사과정에 입회할 기회가 주어진다. 오늘날 수사관들이 수사에 임하는 태도를 보면 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 20여년이나 억울한 옥살이로 모는 수사는 상상하기 어렵다. 30여년전 군사정권하에서 발생한 삼청교육대사건등에 미뤄 당시 강압적 수사를 유추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은 가정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재심이라는 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여 K씨의 억울한 옥살이임이 밝혀진다면 어떻게 될까. 당시 수사관들이 고문 등 강압수사였음이 드러난다면 수사공무원들의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는 금전으로 배상해 줄 의무가 생긴다. 고문 등 강압수사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은 채 억울한 옥살이임이 확인된다면 형사보상청구를 통해 금전을 지급받을 길이 열린다.
억울한 옥살이임이 밝혀지더라도 금전으로 배상 또는 보상받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K씨가 그 동안 희대의 살인범으로 낙인 찍혀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미미하기 그지없다. 당사자 본인을 넘어 가족들 친지들의 명예까지 고려하면 참으로 딱하다. 백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의 정신이다. K씨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법 앞의 평등은 강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무겁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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