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미디어

[사랑방이 만난 사람]‘여성암 권위자’ 최명숙 원장

입력 2019.09.16. 16:10 댓글 1개
유방암 전문의는 유방암 안 걸리나요?
대한민국 여성 암발병 2위
사회진출·식생활 등 환경 요인 커
연간 2만명 수준 이 중 1%는 男
가슴 자가 진단법은 숫자 ‘3’

‘당신 안 죽습니다.’

유방암, 갑상선암 수술 권위자로 잘 알려진 최명숙 광주현대병원 유방센터 원장이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했다. '양성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죽음까지 다녀오는 환자들을 배려하는 그만의 철칙이라고.

“유방암, 갑상선암은 더 이상 죽고 사는 병 아니에요. 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에 가까워졌죠”.

‘암이 만성질환이라니’ 다소 의아했다.

“국가암검진 덕에 초기 발견이 많아졌고 높은 대한민국 의료수준 덕에 ‘가장 예우가 좋은 암’이 됐어요.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고 말한 배경도 이 때문이죠. 유방암은 예방할 수 있어요, 발병하더라도 치료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 때문에 힘들어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적어도 제 환자들만큼은 암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최 원장은 ‘의사의 상징’이라는 백색 가운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떤 질병이든 심리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커요. 의사와의 신뢰도, 친밀도 역시 매우 중요하죠. 하지만 환자와 의사 사이엔 보이지 않은 이질감이 있잖아요. 그걸 떨쳐나고 싶어서 아주 필요할 때 아니면 가운 없이 환자들과 대면합니다.”

외과전문의이면서 전인적 치료에도 매진하는, 인도와 히말라야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사랑하며 에세이집과 여행서적을 출판하는 특이한 이력의 최명숙 원장을 사랑방이 만난 사란(사만사)에서 찾아가봤다.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일문일답.





A. 대한민국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 갑상선암과 유방암. 특히 유방암은 2000년대 연간 5천여명 수준에서 최근 2만여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스트레스 노출이 많아진 점, 간편식·인스턴트 등 식생활 변화와 무분별한 다이어트 등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예우는 아주 좋은 편이다. 만 40세 이상 여성의 경우 국가검진을 통해 2년에 한 번씩 촬영을 지원하고 있어 조기 발견이 많고 수술법, 치료법, 약물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높은 의료수준도 한 몫 하고 있다.

다만, 검진 시 개인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초음파를 병행하라고 추천한다. 촬영으로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초음파가 잡아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유방암은 손쉽게 자가진단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암이다. 최고 예방법은 유방에 대한 관심이다. 30세 이상 여성이라면 늘 유방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A. 맞다. 전체 환자의 0.5~1%는 남성이라는 집계가 있다. 나 역시 그간 몇몇 케이스를 경험했다. 남성의 경우 유방이 크지 않아서 발견만 빠르면 치료는 굉장히 잘 되는 편이다. 하지만 남성 유방암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아 혹을 키운 다음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유두 주변에 단단한 혹이 만져지는 등 불편함을 느끼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 검사 받기를 권유한다.





A. 유방암은 자가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손을 오리입 모양으로 한 뒤 유방을 주무르며 진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틀린 방식이다.

검지부터 약지까지 손가락 3개를 가슴에 대고 숫자 ‘3’을 그리며 누르듯이 유방을 만져봐야 한다. 포도송이처럼 유달리 울퉁불퉁하거나 딱딱한 멍울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월경 5일 후쯤 샤워하면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상 유방의 상태를 아는 것인데 유방암 검진 직후의 촉감을 기억해두었다가 이와 다른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 좋다.





A.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답은 명쾌하다. 주기적인 검진이다. 나 역시 매년 비슷한 시기에 검사를 받는다. 촬영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만 초음파는 스스로 한다. 유방외과 전문의 유방이 건강해야 환자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A.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시작으로 의학박사까지 마쳤지만 30여년 필드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니 의술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마음 읽어주기’더라.

환자들과 개인적으로 때로는 집단으로 상담을 자주 한다. 병명 진단으로 죽음까지 다녀온 이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직접 병을 치료하는 일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동신대학교에 뒤늦게 진학해 심리학 학위를 받았다. 환자와 마주할 때 의료진이 갖춰야하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새로운 의료법은 연마하는 것 만큼 중요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A. 좀 특이한 이력이기는 하다. 2000년대 유방암 관련 서적을 번역하는 등 의학 관련 분야 서적을 낸 적이 있기는 2016년 출간한 ‘보통의 나날들’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가장 애착이 간다.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는 우리네 보통의 나날들 이야기다. 지난 30여년 환자들과의 추억을, 애환을, 기억을 풀어냈다. 명상과 영적 성장에 대한 고찰 등도 담아냈다.

다음달에는 여행기 출판을 앞두고 있다. (최 원장은 산티아고 순례길 등 그간 자신의 여행기를 담은 책을 준비중이다.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담은 메모를 엮은 책이다. 오는 10월23일에는 출판기념회도 갖는다.)





A. ‘보험금은 내 목숨값, 날 위해 써라’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환자들에게 늘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 몸 돌보는데 써야 할 보험금을 가족, 친지를 위해 사용한 뒤 후회하는 환자들이 많아서다.

또 진부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라는 말도 강조하고 싶다. 몸은 똑똑하여 반드시 ‘신호’를 보낸다. 이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대처하느냐가 건강한 삶의 시작이다.

최 원장은 매년 가을 ‘홈커밍데이’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1년여 광주현대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매진해 온 환자들을 위로하고 치료 5년이 경과한 환자(유방암은 5년 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본다)들을 초대해 반지를 선물하는 자리다.

“암은 마음의 병이다. 몸만큼 이나 정신적으로 꽤나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만 극복 가능한 질병이다. 의료진으로서 ‘그간 잘 버텼다’는 마음을 전하는 또 다른 방식의 자리다.”

“몸 치료만큼이나 마음과 정신의 위로가 의료진이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이라는 최명숙 원장에게서 인술을 다시 배운다.


뉴스룸=주현정기자 doit85@srb.co.kr·김경인기자 kyeongja@srb.co.kr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