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숙명여고 사태는 빗나간 父情과 대입 지옥이 부른 합작품이다

입력 2018.11.20. 14:31 수정 2018.11.20. 14:40 댓글 0개
조선희 법조칼럼 이광원 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의혹 뉴스를 보면서 과도한 입시경쟁이 만들어낸 우리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자식이 일류대학에 진학해야만 성공한다고 생각한 빗갈린 父情이 딸들의 인생까지 망쳐버린 비극의 현장이다.

경찰은 지난주 12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쌍둥이의 아버지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 2017년 6월부터 총 5회에 걸쳐 치러진 정기고사 시험지 및 정답을 유출해서 딸들에게 알려줬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시험지와 정답을 빼내 쌍둥이들을 ‘문과, 이과 전교 1등’으로 만든 아버지와 자식을 업무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6일 아버지는 업무방해죄로 구속됐다. 두 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유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이 가능해 보인다. 아버지에 이어 자식도 법의 심판을 받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 될 처지에 놓였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은 아버지로서 딸의 장래를 걱정해서 지극정성을 다하려다 범죄까지 저지른 빗난간 父情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학력이 곧 부와 사회적지위로 연결되는 ‘세습’사회가 빚은 비뚤어진 부정이 온 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아버지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는 대한민국 사회 기본질서를 어지럽힌 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식 뒷바라지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든 학부모를 허탈하게 하고, 그나마 한국 사회를 이 정도로 지탱하게 해온 대학입시 공정성을 크게 훼손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후 이들 가족의 대응자세도 법률가로서 보기에는 마뜩지 않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오해 일수 있으나 이들 가족의 부정행위가 뒤엎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 자료로도 범죄 입증이 가능 할 정도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쌍둥이는 죄를 인정하고 선처 받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지금처럼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그런 적이 없다”고 계속 발뺌 하면 결국 딸들의 법적 책임도 물을 수 밖에 없다. 아버지와 딸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전략을 선택 한 것 같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시험성적을 인정받고 퇴학이 아닌 자퇴로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계산인 것 같다.

한때 경찰도 쌍둥이 아버지가 자백할 경우 두 딸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을 내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경찰의 주장은 추측이다”며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자, 세 사람을 공범으로 보고 모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아버지는 업무방해죄로 실형을 살게 되고 두 딸들은 구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집행유예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딸들의 운명도 결코 순탄치 않게 된 것이다. 달리 보면 잘못된 선택으로 아버지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쌍둥이 딸도 평생 멍에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명하게 처신했으면 한다. 경찰은 결정적 자료를 확보하고도 검찰 수사에 대비해 내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딸들은 남은 인생을 위해서라도 솔직히 자백하고 용서를 바라는 쪽을 택했으면 한다.

이번 숙명여고 사태는 우리 교육 전반을 돌아보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숙명여고 뿐이겠는가 하는 불신이다. 빙산의 일각은 아닌지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밝혀야 할 문제다. 나아가 자금 같은 내신위주 수시입학이 바람직한가 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지난 20년간 ‘수시’ 입학제도는 실패 했다고 보아야 한다. 단 한번의 수능시험(정시)으로 대학입학이 결정되는 시스템에서 고액과외, 대형학원 등 사교육시장이 활성화되자, 고등학교 과정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성적을 반영한 ‘수시’비율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했으나 되려 각 학교의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평가에 대한 불신만 높아지고 오히려 사교육이 늘어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강남에서는 1학년때부터 이른바 스펙을 만드는 수천만원짜리 과외가 등장한지 오래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대입을 좌지우지 하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결정적 증거가 숙명여고 사태다. 쌍둥이는 지난 수행 평가에 영향을 줄 상장 44개를 휩쓸었다고 한다.

이번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은 극단적 학벌사회의 빗나간 부정이 불러온 비극이다. 대학입시에 실패해도 또 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사회,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에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 어떤 종류의 일을 하더라도 자기 힘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당당하게 살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쌍둥이 비극은 계속해서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시 입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숙명여고 사태는 명명백백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부모들의 불신이 큰 만큼 부정행위를 발본 색원하기 위한 전체 학교의 학사관리 전면 재조사도 제안한다. 쌍둥이 들은 재수 없이 걸려 든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절규를 교육당국은 듣고 있지 않은가.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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