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양심적 병역거부 국민 납득할 대체 방안 찾아야

입력 2018.11.13. 15:17 수정 2018.11.13. 15:21 댓글 0개
문창민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강문)

최근 법원에서는 헌법상의 권리를 근거로 구체적인 결론을 내린 판결을 연속해서 선고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권리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병역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헌법상 권리를 근거로 재판을 하는 것은 헌법재판소만의 특권이 아니고 일반 법원에서도 헌법상의 권리를 근거로 재판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헌법상의 권리를 구체화한 민법·형법 등의 법률을 근거로 판결을 하기 때문에 일반 법원이 헌법상 권리를 직접적인 근거로 판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판결을 두고 많은 일반 시민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먼저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과 관련해서는 남·북한 대치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를 빌미로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군복무 중인 젊은 청년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국방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대해서 평등하게 대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종교에 대해서만 특혜를 준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이다.

이런 우려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느 특정 종교를 믿기만 하면 군 입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곧바로 군 입대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단순히 병역을 기피하는 자와 양심적 병역 거부 자를 구별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전부터 법원에서 이미 판단 해 왔다. 법원 판례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로 보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종교를 믿었는지, 가족들도 종교를 믿고 있는지, 종교를 믿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따져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군 입대를 앞두고 “특정 종교를 믿는다”고 우긴다고 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상근예비역 제도, 공익근무요원 제도, 산업기능요원 제도, 의무경찰 제도 등 여러 병역 대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도에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 복무 제도가 추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에만 특별 혜택을 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우려 하는 것은 대체 복무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악용하려는 사람을 걸러 낼 수 있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가 납득할 수 있는 대체복무 제도를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일반국민들도 특정 종교를 믿으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이행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다만 실제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투명하고 적법하게 처리 하는 지를 감시·감독하는 것은 이번 제도의 성공과도 직결된다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또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이전에 병역거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처우 문제다. 법 개정이 아니라 판결의 변경으로 유죄에서 무죄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존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재심으로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법의 보완을 통해서 형사 처벌에 대한 사면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사법부의 결단이 내려졌다. 이제는 국회와 행정부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수긍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때다. 어떤 제도든 모든 사람을 만족 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국방의무를 다하는 청년들에게만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 안을 만들어내는 데 국민의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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