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골목에 꼭꼭 숨어있는 동네 맛집을 찾아서!

맛집모랑과자점 (북구 자라봉로)

맛집을 찾아서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상무지구·동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누구나 다 아는 핫플이 있을 것이고 우리 집 앞의 나만 아는 맛집도 있을 것이다.

동네의 맛집들도 거의 맛집 거리가 형성된 곳으로 다니게 되는데 본촌동 한 아파트의 상가 모퉁이에 새로 생긴 과자점이 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카페를 찾다가 들어간 곳, 그러다가 커피보다 디저트를 더 많이 먹고 나오게 된 모랑과자점을 소개한다.

직접 만든 구운 과자 한번 맛보면, 멈출 수가 없는 나의 손

근처의 다른 집들은 오래되어 보인다. 이곳만 막 어제 오픈을 한 듯 반짝반짝한 모습. 게다가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예쁜 쿠키 캐릭터를 보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여쭤보니 오픈한지 이제 한 달쯤 되었다고 한다.

구운 과자 전문점답게 일반적인 빵집에서 볼 수 있는 빵들은 없다. 하지만 빵순이들이여~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당일에 구워서 내어놓는 디저트가 무려 스물다섯 가지는 된다. 보통 식사 후 디저트로 먹기 편한 것들인데 마들렌 다섯 개, 휘낭시에 세 개, 스콘, 쿠키 여섯 개 등 종류가 다양하다.

밥배, 디저트배 따로 있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곳인데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한 개에 2천 원 정도이기 때문에 식후 커피 마시면서 한입 쏙- 간식을 확보하기에 좋다.

곰돌이쌀들렌은 먹기 아까울 정도의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 곰돌이 모양의 마들렌에 눈, 코는 초코로 장식을 했는데, 만약 예쁘게 못 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러면 보통 서비스로 나간단다. 파티셰님이 실수하기를 바라야 하나본데, 내공이 깊어 보여 실수도 적을 것 같다.

쌀들렌은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들어 밀가루가 부담스러운 분들한테 좋은 간식일 것 같다. 게다가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고 너무 예뻐 아이들 간식에도 제격이다. 휘낭시에나 마들렌은 어르신들 간식으로도 좋을 것 같은데 카스텔라같이 포슬포슬하면서도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다.

고메버터를 넣은 휘낭시에, 황치즈가루를 넣은 황치즈 휘낭시에, 생강과 꿀을 넣은 허니진저마들렌 등 종류가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선강탈 디저트, 바로 레몬케이크다. 하얀아이싱이 치명적으로 달까봐 걱정했는데 한입 먹어보면 걱정은 웬걸! 레몬의 상큼함이 입 안 가득 전해진다. 마치 작은 레몬처럼 생긴 레몬케이크는 레몬 껍질을 갈아 설탕하고 버무려 레몬 향을 내고, 거기에 레몬즙을 더한다. 아이싱에도 레몬즙을 넣는다고 하니 신맛은 잡고 레몬의 상큼함에 비타민 충전을 한 기분이다. 

내 아이가 건강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식

곰돌이쌀들렌과 레몬케이크에 커피를 마시며 맛과 비주얼에 감탄을 하고 있을 때쯤 사장님이 예쁜 아들과 함께 들어온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온 아이는 “엄마 이거 먹어도 돼?”하며 밀크쿠키를 집어 든다. ‘와~부럽다. 너는 원 없이 먹겠구나’라는 생각에 물끄러미 쳐다봤더니 아이가 고른 쿠키를 맛 보라며 주신다. 친절한 사장님까지 있는 곳이니 정말 맛집의 요소는 다 갖췄네..

27개월 아이가 선택한 쿠키는 밀크쿠키. 아이를 위해 만든 메뉴여서 그럴까, 밀크쿠키는 엄지 손톱만한 크기로 여러 개 들어있다. 아이는 “아빠가 만든 쿠키 맛있죠?”라며 말도 붙인다. 어린이집 하원 한 아이의 간식을 만들다 이렇게 과자점까지 냈다고 하신다. 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니 좋은 재료에 정성 듬뿍 넣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황치즈쿠키는 모랑과자점의 캐릭터 모양대로 구웠다.

황치즈향과 맛이 느껴진다. 무슨 캐릭터인가 했더니 내 앞에서 쿠키를 먹고 있는 사장님 아들의 모습인 것 같다. 작은 쿠키 외에도 오트밀, 캐슈너트, 호두 등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오트밀크랜베리쿠키, 꾸덕꾸덕한 초코가 그대로 들어간 누텔라쿠키 등 손바닥만 한 쿠키도 있어 여심을 저격한다. 두 개만 먹으려고 했는데 자꾸 더 사게 되는 나의 손을 조심해야겠다. 

과자만 맛있으면 서운했을 법 봤다. 직접 만든 바닐라 시럽을 넣은 바닐라빈라떼의 달달함에 피곤이 다 풀리는 것 같다. 선물용 포장을 하게 되면 노란끈이 묶인 정말 예쁜 박스가 탄생한다. 동네 골목에서 네 잎 클로버를 찾은 기분이다. 제과는 숙성되어도 맛있어 실온에 이틀 정도 있어도 된다고 하니 구운 과자 쇼핑하러 먼 길 떠나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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