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제철 한식 식재료로 한껏 맛을 낸 이색 레스토랑

맛집더셰프(서구 상무대로)

필자가 막 20대가 되었을 때 피자와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했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멋지게 칼질을 할 수 있다니 나는 매일이라도 가고 싶은데 부모님이나 선배들은 아무래도 느끼할 수 있는 레스토랑 음식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때는 왜 그럴까 했는데, 나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느끼할까? 소화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제철 나물, 해산물을 사용한 메뉴가 많기 때문이다. 계절음식점인지 레스토랑인지 헷갈리는 화정동 더셰프를 소개한다.

화려한 이력, 탄탄한 내공이 느껴지는 더셰프의 셰프

우선 셰프님의 이력이 화려하다. 신라호텔 출신의 이력이 돋보이는 셰프님은 모든 메뉴가 나오면 가끔 테이블을 돌며 손님들에게 더셰프와 메뉴의 특별함을 직접 설명해 주시기도 한다.

제철 한식 식재료를 사용하기로도 유명한데 특히 전라도 각지의 특산물의 화려한 변신을 볼 수 있기도 하다. 4계절 내내 특색 있는 메뉴를 만들고 있고, 매해 그 메뉴가 쌓이다 보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메뉴가 서른 가지는 된다. 물론 올해 있었던 메뉴가 내년에 없기도 하니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메뉴 구성과 맛을 보면 탄탄한 내공도 느껴진다. 매일매일 다양한 파스타소스를 직접 끓여 만드니 소스의 깊은 맛은 오래가고 느끼하거나 질리지 않아 이곳에서 한번 파스타를 맛보면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식전빵과 애피타이저 하몽도 입맛을 돋우기 딱 좋은 메뉴다. 겉바속촉한 바게트 빵에 짭조름한 엔초비가 들어간 수제 버터는 궁합이 좋다. 달달하게 잘 익은 멜론 위에 짭짤한 하몽 게다가 꿀까지 발라져있어 한입만 먹기는 아까운 애피타이저다. 레스토랑 메뉴로 입맛 시동 걸고 있을 때쯤 칵테일잔에 우뭇가사리 콩물이 나온다. '아~! 여름엔 역시 콩물이지'를 할 때쯤 본격적인 메뉴가 나오기 시작한다. 깜놀할 준비하시라!

평범한 파스타는 가라! 파스타에 이런 재료가 들어가다니?

평소 레스토랑 메뉴를 접하기 어색했던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 좋을 것 같다. 은근 우리 음식에 파스타면만 넣은 것 같기도 하다. 2021년 여름 특별 메뉴의 첫 타자는 머위대·들깨·베이컨이 들어간 크림파스타다.

느끼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크림파스타, 메뉴가 나오면 '이게 크림소스라고?' 소스 한번 콕 찍어 맛보면 '어? 이거 그냥 들깨소스인데?'싶다. 계속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깔끔하고 고소한 맛에 매료돼 집에서 머위나물무침을 할 때 소스를 넉넉하게 해 소면이나 파스타를 넣어먹어도 되겠다는 아이디어도 얻는다.

다음 메뉴는 고구마줄기·꽈리고추·멸치를 곁들인 삼발파스타다. 세상에! 그냥 먹기도 힘든 나물들을 오늘 이곳에서 다 먹는다. 약간 매콤한 삼발파스타를 한번 뜰 때는 고구마줄기를 중점으로 한 번은 멸치를 중점으로 떠서 먹어보자. 한 입 한 입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차돌박이를 넣은 알리오올리오, 시래기를 넣은 알리오올리오도 있다. 레스토랑에서 꽈리고추, 시래기라니..무려 갈치 오일파스타도 있으니 꽈리고추, 시래기는 애교일지 모르겠다. 제철 식재료만 들어간 메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레스토랑처럼 일반 해산물파스타, 리조또, 스테이크도 있으니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다. 물론 일반 메뉴도 플레이팅부터 맛까지 빼놓을 것이 없다. 요즘 오마카세(셰프에게 메뉴선택을 온전히 맡기는 식사 주문 방법)맛집이 많이 생기는데 더셰프도 예전부터 오마카세식사를 운영했다. 지금도 단체 식사의 경우 요청사항과 예산에 따라 가능하다고 하니 코로나19가 끝나면 특별한 모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제8기 광주맛집(20년 1월~21년 12월)에 선정되기도 했다. 수제 버터, 직접 끓여 만드는 파스타 소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퓨전 메뉴들이 궁금하다면 더셰프를 가보도록 하자. 올해, 지금이 지나가면 내가 먹고 싶었던 그 메뉴는 없을 수도 있다.

글·사진=블로거 활화산이수르(이수연)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