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솔로솔로데이엔 짜장면

맛집면제작소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 나와는 상관없는 날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못 받으니 괜스레 눈가가 촉촉하다. 그런 솔로들을 위한 날이 있으니, 바로 4월 14일 블랙데이다.


블랙데이는 밸런타인, 화이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남녀가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기원은 확실하지 않다. 그래도 이것도 나름 일년에 한 번 있는 날인데 놓치긴 아쉽다.

당당한 솔로부대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을 추천해본다. 바로 양림동에 위치한 ‘면제작소’다. 커플들의 성지이자 데이트 필수 코스인 양림동이지만, 4월 14일만은 솔로들을 위한 무대다. 커플들 다들 비키시라.

식당 내부는 일반 중식당과는 확연히 다르다. 화이트톤의 깔끔한 내부와 큰 유리창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곳곳의 인테리어도 세련됐다. 각종 소품들과 만화책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에 붉은색의 중화풍 느낌 확 나는 주방은 오픈 형태로 되어있다. 본디 운암동에 작게 자리하다가 양림동으로 이사 오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조금 더 깔끔하게,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맛은 여전한 곳이다.

면제작소의 짜장면은 5천원부터 시작한다. 일반 중식당과 비슷한 가격대이다. 오히려 양림동의 물가와 들어가는 재료를 생각하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

식기를 세팅하려고 하니, 분홍색의 무엇인가가 눈에 띈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머리 고무줄 통이다. 여성분들의 찰랑찰랑한 머리가 국물에 적셔질 일 없게끔 머리 고무줄을 테이블마다 비치해놓고 있다.

면제작소의 이런 매너에 떠오르는 대사가 있다. 고무줄 뚜껑을 하나씩 닫으며따라 해보자. 'Manner makes 면.'

가장 먼저 내어지는 탕수 만두는 인원수에 맞게 서비스로 나온다. 만두를 탕수육처럼 튀겨 주는 탕수 만두는, 베어 물 때 ‘바삭’하는 소리가 생생하다.

탕수 만두 특유의 바삭함 때문에, 다소 딱딱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안에 있는 만두소와 고소하게 어울리니 맛은 단연 좋다. 요새 짜장면 시켰다고 서비스 주는 곳이 어디 있는가.

주문한 해물불짜장이 먼저 나왔다. 위에 포근하게 내려앉은 계란 프라이까지 군침 도는 비주얼이다. 불짜장답게 살짝 올라오는 매운 향에, 침샘이 자극된다.

반숙으로 익혀진 계란 노른자를 조심스럽게 톡 터트려 본다. 노른자가 터지는 모습에 식욕도 같이 터진다. 기다림 없이 휘저어 한 젓가락 뜬다.

윤기 촤르르한 흑빛 자태에 통통하게 살아있는 면발, 언뜻 풍기는 매콤한 불향, 매운맛을 살짝 잡아줄 고소한 금빛 계란 프라이까지. 아름다운 콜라보를 이루어낸다. 게다가 칵테일 새우, 오징어, 고기 등 재료가 듬뿍 들었다.

불짜장은 다소 매운 편이라,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은 일반을 시켜서 고춧가루를 뿌려 먹는 걸 추천한다. 허나 맥주나 고량주 등의 주류를 곁들일 생각이라면 불짜장도 좋은 선택이다.

이번엔 매운짬뽕 시식이다. 이름답게 매운 향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여기에도 풍부한 해산물이 들어있으니, 이 국물 맛이 아니 날 수가 없겠다. 여느 중국집과는 다르게 홍합도 신선하며 알이 좋다.

짬뽕 특유의 얼큰한 맛이면서, 국물이 무겁거나 텁텁하지 않다. 개운하게 매운맛인데, 정말 맵다. 그런데 자꾸 국물을 떠먹게 된다. 여기에 고량주 한 병 딱 있으면 좋겠다 싶다.

매운맛을 중화시켜줄, ‘달콤탕수육’이다. 곁들임 메뉴로 7,500원이라 부담 없이 1인 1메뉴에 탕수육까지 주문하면 되겠다.

아, 그리고 강제 ‘부먹'(소스를 부어먹기)’이니, ‘찍먹'(소스를 찍어먹기)파들은 한번만 참고 먹도록.

탕수육은 튀김 옷이 바삭한데, 소스 맛이 일품이다. 일반 탕수육 소스에서 나는 시큼한 맛은 전혀 없고, 달달한 소스 맛에, 솔솔 뿌려진 치즈가루까지 더해져서 달고 짭조름한 탕수육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튀김 옷보다 두꺼운 고기도 그 맛에 한 몫 거들고 있다. 고기 육질이 촉촉해서 튀김 옷에 밴 달짝지근한 소스와 부드럽게 어울린다.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로 가니, 아기자기한 소품과 캐러멜류의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세상에, 누룽지 사탕이 아니라니. 감동스러운 마음으로 인당 한 개 챙긴다.

면제작소 바로 앞에는 무인 가게인 ‘달콩이 휴게소’가 있다. 커피, 차 등 간단한 음료를 팔고 있으니, 식사 후 나와 커피 한 잔 하며, 봄기운 완연한 4월의 양림동을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2월에도, 3월에도 솔로였지만, 4월에는 든든한 동지들과 함께다. 일년에 딱 한 번 솔로들을 위한 그날, 블랙데이만큼은 면제작소의 짜장면과 함께 양림동을 접수해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