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형제는 잘 구웠다.

맛집김형제

미세먼지와 황사가 하늘을 뒤덮었다. 다스베이더 마냥 마스크를 낄 수도 없는 노릇, 자체 해독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삼겹살이다. 그러나 사실 돼지고기 지방은 오히려 미세먼지와 흡착해 체내 흡수율을 높인다. 차라리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단다.

미세먼지 때문에 삼겹살을 먹는 것은 그저 속설에 가까울 뿐이지만, 그래도 먹는다. 대신 지방 적은 목살로 말이다. 돼지고기 먹는 데 사실 미세먼지는 핑계일 뿐이다.

그래서 찾아간 곳, 상무지구 ‘김형제’이다. 많고 많은 삼겹살 가게 중 이곳을 고른 이유. 1. 처음만 대충 해주는 게 아니라 100% 책임지고 구워주기 때문이며, 2. 세계 4대 진미이자, 원산지인 스페인에서도 고급으로 통하는 이베리코 흑돼지를 먹을 수 있다. 3. 고급스럽고 깔끔하며, 주차장이 있다. 그럼 그 세 가지 이유 구구절절 이야기해 보겠다.

입구에 들어가면 바로 대기석과 캐비닛이 있다. 의자의 뚜껑을 열어서 겉옷 구겨 넣지 말고, 캐비닛에 잘 걸어 놓고 들어가자. 옷에 냄새 밸 걱정 없이 나올 수 있어 좋은 센스가 돋보인다.

식당은 벌써 식사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내부는 ‘U’ 모양의 구조로, 2개 정도의 좌석마다 하나의 화로가 설치되어 있다. 직원들이 저 안에서 화로를 살피며, 고기를 구워준다. 왼쪽엔 다인석 테이블이 줄줄이 자리하고 있으니, 여럿의 손님도 입장 가능하시다. 2인 고객부터 단체 손님까지 퍼펙트하게 케어하는 완벽한 구조다.

식사 겸 반주를 하는 곳이다 보니, 자리가 나올 생각이 없다. 50분 정도 기다려도 자리가 나지 않아, 결국에 안내된 곳, 단체석 룸이다. 미닫이문까지 닫아주니, VIP 느낌이 나서 왠지 거만하게 상차림을 받는다.

직원분이 들어와 화로에 한 접시를 올려주신다. 이베리코 흑돼지 꽃목살(15,000원/150g)과 소금구이 숙성 생목살(14,000원/180g)에, 송이버섯, 감자, 대파 조각이 나온다.

숙성 과정이 있고, 질 좋은 돈육이기 때문에 가격은 결코 싸진 않다. 하지만 이렇게 전담직원이 구워주니 이 얼마나 좋은 서비스인가. 나이가 먹을수록 싼 것보단 질과 서비스를 따지게 된다. 부분부분 탄 곳도 섬세하게 잘라주며, 화로엔 연기 흡입기가 있어 완벽 만족이다.

화로에서 알맞게 익힌 고기를 앞 접시에 담아 내어준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80% 정도 익혀야 최상의 상태인데, 직원분의 전문적인 솜씨로 완벽하게 구워졌다.

이 최상급 고기와 곁들일 수 있는 최상의 소스 군단이 나섰다. 갈치속젓과 와사비, 겨자씨 소스이다. 소스 구성마저 감탄스럽다.

잘 구워진 이베리코 흑돼지에 생와사비 살포시 얹어서 먹으면, 고기에서 배어 나오는 육즙에 와사비의 알싸한 향이 버무려져 완벽한 식감을 선보인다. 씨앗 톡톡 터지는 시큼한 겨자씨 소스도 조합이 좋다. 상추, 배추쌈 필요 없이, 육즙과 소스가 선사하는 풍미를 한껏 즐기자.

김형제는 좋은 고기 맛있게 드시라 명이나물까지 준비했다. 뭘 좀 아는 형제다. 명이나물에 고기 한 점 올려 싸먹으면, 고기와 새콤하게 잘 어울린다.

대파도 탄 부분들은 다 벗겨내준다. 불판 위에서 단 맛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대파는 훌륭하다. 송이버섯도 얇게 썰어주는 것이 아니라 통으로 뭉툭하게 잘라내 주는데, 흘러나오는 버섯의 육즙이 보이는가? 마치 고기를 씹는 듯한 환상의 식감을 선보인다.

워낙 대기시간이 길었던지라 사장님이 죄송하다며, 김치찌개를 서비스로 주셨다. 김치찌개에는 쇠구슬이 아니라, 돼지고기가 듬뿍 들었다. 찌개에 들어가는 고기마저도 큼지막하고 부드럽다.

짜거나 텁텁하지 않게 살짝 칼칼하게 끓여진 찌개는 밥공기 없이도 술술 들어간다. 된장국보다 고기와 더 좋은 궁합이다.

고깃집은 수없이 많지만, 김형제는 고기에 철학을 담았다. 7일의 숙성 끝에 나온 고기는 최상의 맛과 서비스로 손님에게 내어진다. 김형제가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자 자신감이다.

꽃이 만개한 봄날이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때문에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운 요즘이다. 이런 날에는, 미세먼지 날려버릴 기운을 충전하는 이베리코 흑돼지 한 점 어떠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