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비도 오고 그래서, 전 생각이 났어

맛집초가집민속주점

운암시장 안에 숨어있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이 있으니, 그곳이 바로 ‘초가집민속주점’이다. 비 오는 날엔 전과 막걸리가 불문율이거늘, 가지 않을 이유가 있으랴.

그래서 택한 곳, 한 번도 안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이 없다는 초가집이다. 이름마저 전집 감성 풀풀 풍기는 그 곳에 입장해본다.

조그마하고 예스러운 느낌의 초가집은 오랫동안 운암시장 한편을 지켜왔다. 조용하신 노부부 내외가 소소하게 운영 중이신데, 마치 방학 때 잠시 내려온 할머니 집 같은 느낌이다.

바닥 뜨끈한 좌식 테이블에 앉으면 피로했던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넓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기엔 딱 좋은 아담한 내부이다. 그런 느낌 때문일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도 20대부터 4~50대까지 다양한 구성이다.

메뉴판은 벽에 달려있다.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메뉴들의 가격이 조금씩 올랐지만, 물가 상승률보다는 가파르지 않다. 만원 가지고는 안주도 못 시켜 먹는 요즘, 8,000원이라는 전 가격은 아직도 혜자다.

초가집은 파전도 유명하지만, 오늘은 고추전으로 시켰다. 통통 썰어 넣은 고추를 넣고 부쳐내었다. 널찍하게 한 판으로 주는 게 아니라 손바닥만 한 크기로 나누어 부쳐주시니, 먹기에도 좋다.

일반 전집과 초가집의 전이 다른 점은 두께에 있다. 일반 전이 얇게 기름에 부쳐내는 식이라면, 초가집의 전은 전을 튀겨낸 느낌이다. 튀김 옷이 두꺼워 속이 안 익었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촉촉하게 안까지 잘 익혀냈다.

고추는 맵지 않아서 누구든지 잘 먹을 수 있다. 대신에 고추의 향이 전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에 입맛이 확 살아난다.

역시 전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 파 송송 썰어 넣고 무심하게 한 번 뿌려준 참기름과 참깨까지 더해진 간장 소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뜨뜻한 전 한 점을 소스에 콕 찍어내 고소함과 간을 코팅한다.

무침에 들어간 쑥갓, 양파, 오이 등 각각이 지니는 향이 어우러져, 탱글탱글한 골뱅이와 좋은 합을 만들어낸다.

새콤한 골뱅이무침은 노릇노릇한 전과 환상의 궁합이다. 전 만으로는 느끼할 것 같은 사람에게 이 조합을 추천한다. 전에 골뱅이무침의 야채를 올려 함께 먹으면, 새콤한 무침소스가 느끼함을 싹 잡아준다.

잘 차려진 한 상에서, 뽀얀 아우라를 내뿜는 오늘 밤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민속주, 막걸리이다. 역시 전에는 다른 여느 주종보다도 막걸리가 제격이다.

전용 국자로 두어 번 푸면, 막걸리 한 사발이 가득 찬다. 초가집 민속주에는 얇게 채 썰어진 인삼들이 동동 떠 있어, 들이킬 때마다 감칠맛을 더한다.

가끔 입맛이 느끼해진다 싶을 때를 위한 푹 익은 김치와 개운한 콩나물국이 있다. 김치는 군내 없이 잘 익힌 맛이다. 익힌 김치 특유의 시큼한 맛이, 막걸리에도 딱인 반찬이다. 신 김치만 있어도 막걸리 한 사발 뚝딱이다. 시원한 콩나물국도 개운하게 입맛을 잡아준다.

조용한 노부부의 초가집은 세련되거나 맵시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소소한 한 상과, 술이 당기는 날에 이따금 생각나는 휴식 같은 곳이다.

비 오는 날이면, 편한 복장으로 편한 사람과 한 잔 나누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날엔 초가집의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보는 건 어떤가. 세대를 아우르는 푸근함이 담긴 곳, 바로 초가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