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묵직하고 뜨끈하게, 감자탕

맛집뼈대

전남권 대설특보로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런 날씨엔 애초부터 배달음식은 맘을 접는 게 너도나도 편하다. 눈 펑펑 오는 금일 이 시간 떠오르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감자탕이다.

살점 두둑한 돼지 등뼈에, 갖은 사리 추가, 끝판왕 볶음밥까지. 그 구성이 푸짐하다 못해 묵직할 정도이다. 가격으로만 봐도, 1인에 고기 1인분 비용도 안 되는 가성비 갑 중의 갑이다. 그런 감자탕을 먹고자 눈길 헤쳐가며 찾아간 곳, ‘뼈대’이다.

사실 요즘에는 동네에 감자탕집이 하나 이상씩 있기도 하고, 굳이 다른 동네까지 찾아가서 먹을 음식은 아니다. 그렇지만, ‘뼈대’는 다르다. 이사 간 주민들도 감자탕은 이 곳으로 먹으러 오니, 말 다했다. 마찬가지로 필자 역시 10년 동안 제 집처럼 들락날락한 이 곳! 익숙하게 입장해본다.

식당에 들어서자, 특히 가족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그나마 비어있는 테이블을 하나 잡고 앉는다. 내부는 좌식으로 되어 있어, 자리를 잡고 앉으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이 언 몸을 녹여준다.

식당 안에는 작지만 아늑한 놀이방이 준비되어 있어, 아이를 데리고 와도 문제없다. 가끔 놀이방 안의 오락기 앞에 아버님들이 앉아 계시는 경우도 있는데, 못 본체 해드리자.

메뉴도 여타 감자탕 집과 크게 다른 바는 없다. 나중에 해물뼈찜을 먹으러 또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입맛을 다신다. 이전에 먹었는데 그것도 맛이 괜찮았다.

감자탕 小로(24,000원) 주문을 하고 5분 후, 바로 상이 차려진다. ‘뼈대’의 장점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음식이 빨리 나온다는 점이다. 다른 장점으로는 운영시간이 24시간인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맛이 있다’는 것이다.

감자탕을 가까이서 보면, 감자와 우거지 밑에 빼꼼 숨어있는 돼지등뼈를 발견할 수 있다. 小 기준으로는 6~7개 정도 들어가 있는데, 냄비 속에 그 큰 덩치를 어떻게 숨기고 있나 싶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탕 위에 올라간 고명들에 부어주면서 숨을 죽인다. 길다란 우거지들도 먹기 좋게 가위로 슥슥 잘라낸다.

어느 정도 익었으면 앞접시에 먹을 분량만큼 담아내자. 한 국자에 딸려오는 감자, 버섯, 우거지들도 양이 넉넉하다.

국물 맛을 좀 봤다면 이제 본격적인 등뼈 해체 타임이다. 뼈에 붙은 살코기들을 살살 발라낸다. 만찬의 밤엔 양손으로 뼈를 들고 야성미 넘치게 뜯어도 좋다. 발라낸 부들부들한 고기의 맛이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다.

소스가 필요하다면 와사비장을 요청드리자. 어떤 주문이든 요청과 즉시 빠르게 내어주신다.

겨울이라 더 아삭한 깍두기는 감자탕과 잘 어울리는 반찬이다. 감자탕은 다른 탕 종류에 비해 국물이 무거운 편이다. 그런 감자탕 국물 한 수저에 올려 먹는 깍두기 한 조각은 시원하고 개운한 입가심으로 입맛을 잡아준다.

생양파도 된장 찍어 먹으면 입가심하기에 딱 좋다. 개운하게 알싸한 기운을 담당하는 생양파는 깍두기와 함께 투톱 반찬이다.

여러 명이 모여 먹으면 반찬그릇도 금방 비워진다. 반찬 셀프바로 가면 종류별로 든든하게 리필 가능하다. 참, 가족끼리 왔을 때 반찬리필은 웬만하면 막내에게 시키자.

셀프바에는 수제비 떡도 한 사발 담겨있다. 해장국의 등뼈를 클리어하고, 2차전으로 들어가는 주인공이 바로 이 셀프바에 있다.

수제비 끓이기엔 국물이 너무 졸았다고 해서 걱정말자. 육수를 추가로 달라고 주문하면, 육수를 사발째 가지고 오셔서 부어주신다. 찰랑찰랑 국물이 차 오른 냄비에 불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할 때, 공수해온 수제비를 투하한다.

묵직한 국물에서 팔팔 익혀 낸 수제비 떡은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우거지와 함께 먹으면, 우거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자아내는 조합이 꽤 괜찮다.

감자탕의 피날레를 마무리하는 볶음밥이다. 감자탕을 먹을 때 배가 불러서 볶음밥을 시키지 못하는 날이면, 식당을 나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겁다. 그만큼 볶음밥은 감자탕 코스에서 비중이 크다. 살살 밥을 볶다가, 밥을 꾹꾹 눌러, 눌은 밥도 대기시킨다.

볶음밥 한 수저 퍼서 국물 살짝 적셔 먹으면, 고소한 볶음밥의 맛에 육수가 소스처럼 코팅을 한다. 그 순간을 위해서 볶음밥 주문 전에 감자탕 국물을 조금 남겨놓는 게 좋다는 팁을 전수한다.

눌은 밥은 긁어내기가 무척 힘들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메뉴다. 박박 긁어낸 구수하고 꼬들꼬들한 눌은 밥은 완벽한 마무리를 빛내준다.

대설이 내린 날, 옷에 가득 쌓인 눈을 털어내고 한 수저 뜨끈하게 먹는 감자탕은 옳았다. 한파를 뚫으며 고생한 하루, 뜨끈하고 푸짐한 즐거움으로 충전해보자.